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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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로 만나본 적 있는 '에이모 토울스'는 다소 늦은 40대에 데뷔했다. 이 책은 그의 장편 데뷔작으로 1930년대 뉴욕 거리의 문화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전작에서 1920년대 러시아를 배경으로 그린 이야기가 미국 작가라는 타이틀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그만큼 나라를 떠나 시대를 재현하고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힘이 큰 작가다.

 

그의 첫 번째 소설 《우아한 연인》은 20세기 초반을 무대 삼아 한 편의 시대극을 보는 듯한 인장을 찍는다. 그도 그럴진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책과 노래가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빌리 홀리데이'의 '뉴욕의 가을'을 비롯한 재즈가 마치 귓가에서 울리는 듯하다. 대공황의 방황하거나 공허하고 방탕한 분위기가 곳곳에 흐른다.

 

 

그러나 소로의 《월든》의 주제를 따라가며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해야 할지 가이드를 알려주는 것 같다. '팅커'의 삶을 통해서 말이다. 원제인 '품위의 규칙(Rules of Civility)'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책 《사교와 토론에서 갖추어야 할 예의 및 품위 있는 행동 규칙》 (Rules of Civility & Decent Behavior in Company and Conversation)을 인용했다. 한국식으로 의역한 '우아한 연인'이란 제목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많은 찬사 중에 팅커를 개츠비와 비교하는 글이 많다. 하지만 애석하게 개츠비의 인상이 더 강해서인지 동의하지 못할 것 같다. 점차 기울어져가는 집안 형편과 대공황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팅커를 다시 신분 상승의 욕망으로 이끌었다.

"인생이 우리에게 꼭 선택지를 제공해줄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인생이 우리의 경로를 정해두고 거칠거나 섬세한 온갖 방법들을 동원해서 우리가 그 길을 벗어나지 않게 감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신이 처한 상황, 성격,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바꿔놓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시되었을 때 우리에게 1년이라도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신의 은총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P517

 

여러 인물 중에서 세 남녀가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중 '케이티'는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를 대변하는 화자이다. 당시의 여성상에 비하면 현대적 해석이 가미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책은 1996년 중년이 된 케이티를 통해 팅커를 회상한다. 그녀와 모두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놓은 그때를 기억하며 회상한다.

 

 

인간은 돌아갈 수 없는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저장한 연료를 나이 들어 조금씩 꺼내 쓰는 동물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에서 파리의 전성기를 각자 다르게 생각하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하다.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대상, 감정선, 캐릭터, 이야기, 메시지까지 갖추고 있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에이모 토울즈'의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당신의 좁았던 견해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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