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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전 -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하여
김버금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9월
평점 :

당신의 단어는 몇 개인가. 당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가. 감정은 지극히 사적이라
쉽게 동의하거나 동정할 수 없다. 이해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된다.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이 이렇구나 하고 알뿐.
브런치북 6회 대상 수상작 《당신의 사전》은 47개 단어로 써 내려간 글귀 모음집이다. 책에 적힌
단어들이 낯설었으며, 따뜻하고, 몽그럽고, 그립게 다가왔다. 내가 알던 단어가 맞나. 의심해보거나 새롭게 떠올려봤다.
책 속에 속한 마음읽기는 마치 한 편의 짧은 소설 같다. 자전적인 이야기 같으면서도 도무지 특별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기적이 허구였으면 하기도 하다. 그만큼 감정이입이 큰 에세이며 건조해진 마음을 부드러이 풀어주는 유연제 같은 에세이이다.
이 작가 참 글 잘 쓴다. 누군가의 잔잔한 마음에 작은 돌을 던진다. 가만가만, 조용히 나 여기
있다고 말이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말들에게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불안하고, 철렁했고, 먹먹하고, 쓸쓸한 마음들을. 그냥 어떻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입 아프고 무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글이다. 서론이 참 길었다. 그냥 읽어봤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답을 해주고 싶은
책이다. "요즘 뭐 읽으세요? 책 추천 부탁드려요."
+사랑하다
구골만큼 사랑해. 그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를 닮은 아이가 있다는 것.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는 것.
두 팔을 벌리면 뒤어와 내게 안긴다는 것. 온몸으로 안긴다는 것. 내가 지은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내가 사라진 세상에서도 그 이름으로
살아갈 거라는 것. 그 아이가 온몸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어떤 느낌일까. P86
+쓸쓸하다
엄마에게는 어떤 시시콜콜한 비밀 이야기가 있을까. 콩닥거리는 마음을 누르고 읽어본 일기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나에게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옷에 김치 국물을 묻히고 가도 반겨주는 친구. 마른 손에서
고무장갑 냄새가 나도 흉을 보지 않는 친구. 아무 때고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더분한 친구.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
생각도 못 했던 내용에 화들짝 놀라 일기장을 덮었다. 원래 놓여 있던 모양이 어땠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아무렇게나 올려놓고 나오는데 얼굴이 다 붉어졌다. 무언가 봐서는 안 되는 걸 본 것처럼, 자꾸만 가슴이 쿵쿵거렸다.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