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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아타소 지음, 김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저자는 스스로 못생겼다는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자신과 다른 외모인 여동생과의 편애, 칭찬에 인색한 부모가 못난이라 부르는 불만이 쌓여 있었다. 유년시절을 겪으며 '나는 예쁘지 않을지 몰라'라는 의문이 확신이 된다. 점점 자신만의 여성성을 부정하고 부끄러워했다. 오랫동안 못난이라는 말에 짓눌려 어른이 된 지금도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한 상태다. 자신이 생각하는 외모의 단점이 아니라 남들이 말하는 단점 때문에 무너진 케이스다.
그러다 저자는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유머를 트위터에 올려 인기를 얻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책까지 낼 수 있었다. 외모는 하나의 개그가 되어 사람들이 조롱을 당해도 그러려니 생각하는 체념의 일부로 굳어진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불만은 개선되지 않았고, 피부가 망가져 피부과 시술을 받거나 체중 조절로 약간의 외모를 손본다. 그렇게 외모 콤플렉스에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남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없고 여자다워지고 싶다는 생각 역시 해본 적 없는데도 그런 말을 들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춰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난 남자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조금도 노력한 적이 없다. 그런데 여자다움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남자들의 호감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인견과 나만의 여자다움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 사람 친구들이 '여자다운' 뭔가로 나를 지적할 때마다 그것을 부정하며 정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 P33
옷을 그렇게 입으면 여자 답지 못한다거나, 계속 그런 행동은 선머슴 같다거나, 화장을 하지 않아 구박한다거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도시락을 싸줘야 한다는 여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 불만을 느낀다. 여자라서 담배도 피우지 못하고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갖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앞으로 그럴 계획은 없는데 말이다. 시대를 뛰어넘은 또 다른 마녀사냥일까? 저자는 지긋지긋한 세상에 빨리 할머니가 되어 그런 소리 안 듣고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한 개인의 신념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어떤 잘못을 한 건지 모르겠다. 그냥 나다움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어릴 시절부터 삐걱거리던 어머니와의 관계는 독립하면서 더 멀어진다. 여동생이나 남동생과는 따로 연락하지 않고 아버지는 아예 집을 나가버려 사실상 가족이라고 하면 어머니뿐이지만 좀처럼 다가갈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한테 맞고 상처받았던 기억은 인연을 끊고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완전한 내가 되기 위해, 어머니와의 대면도 거리낌 없어질 그날을 위해 저자는 견디고 노력하는 중이다.
독신으로 살 준비를 위해 일을 하게 된 저자는 어른들은 모두 평범한 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릴 적 생각한 '어른'의 이미지는 완벽하고 똑 부러지는 사람이지만, 회사를 다니면 그런 사람은 판타지임을 실감한다. 누구에게나 결점은 있고, 아이든 어른이든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이유는 형편없는 사람도 일은 해내는 결과가 확실하면 된다는 거다.
저자는 외모에 대한 칭찬보다 가방이나 옷에 대한 취향을 칭찬해 주는 건 기쁘다고 말한다. 내가 접해 온 것들이 모여 그 사람의 센스가 되기 때문이다. 외모 콤플렉스와 상관없는 점도 마음에 든다. 취향은 상대방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과도한 칭찬은 관심으로 포장된 폭력이 될 수 있음을 한 번쯤 생각해주길 당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사회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기준 때문에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거나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상은 항상 왜 남성이 아닌 여성이란 말인가? 특히 일본 사회에 만연한 '여자다움', '여자력'이라는 성차별적인 단어는 여성을 사회가 만들어 낸 틀에 끼워 맞추라고 부추긴다.
'나다움'을 지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걸까 실감한다. 물론 일본인이고 사람마다 자존감은 다르니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은 다 다들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 때문에, 남들과 비슷한 선상에서 살아가야 안도감이 든다는 이유로 자신의 고유성을 버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책을 읽다가 저자의 태다로 화가 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오늘 거울을 보면서 이런 말 내뱉어 보는 건 어떨까? "오늘 나 좀 멋있는 거 같아!" 돈도 시간도 들지 않는 천연 피로회복제가 따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