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현의 사진의 모험 - 대한민국이 사랑한 사진가 조세현이 전하는 찍사의 기술 혹은 예술가의 시선
조세현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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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사진 언어가 불교 용어와 참 많이 닮아 있다. '찰나'라는 단어도 그렇고 무엇보다 사진을 찍는 행위, 그 과정이 묘하게도 명상과 비슷하다. 사진을 찍을 때, 찍는 그 순간에는 숨을 쉬지 않는다. 흔들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셔터를 누르는 그 찰나의 순간, 숨을 멈추는 것이다. p172"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그래퍼 중 한 사람인 '조세현'의 에세이다. 40년 동안 찍사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 느낀 것, 일한 것을 녹여냈다. 사진은 순간을 담아내는 행위지만 그 한 장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찍는 사람의 감정을 투영하며 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게 바로 사진의 묘미이다.

 

 

 

 

그는 사진과 불교가 닮았다고 말한다. 바로 '찰나'의 순간을 찍는 사진과 찍기 위해 멈추는 행위 때문이다. 폰카로 뭐든지 찍고 지울 수 있는 시대. 피사체를 향한 기다림의 미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역광을 통해 아름다움을 잡아내고 컬러 사진에는 담을 수 없는 무한한 깊이감을 흑백 사진에 담는 사람. 고아와 스타를 한 프레임에 담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사진사의 일에 대해 듣는다.

 

시작은 중학생 때로 거슬러 간다. 아버지가 찍다 버린 필름을 처음 인화하며 사진에 맛을 들였다. 고등학교에 가서 사진 동아리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사진과 인연을 맺는다. 당시 1학년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화 기술을 가진 덕에 좀 더 일찍 카메라를 만져 볼 수 있었다. 그의 사진을 빌려 입상한 선배가 있는가 하면, 헌책방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 <라이프> 같은 외국 잡지를 보며 종군기자의 꿈도 키운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진학과에 진학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은 신문사였지만 잡지사가 잘 맞아 직장을 옮긴다. 그러던 중 사진 인생의 운명을 바꾸는 일을 만난다. 원래 촬영을 하기로 한 후배의 사고로 일종의 땜방을 맡은 것이다. 패션 화보 촬영은 처음이었고, 하루 종일 시간을 쏟는다는 패션 촬영 관행을 뒤집고 반나절 만에 모든 일정을 마친다. 인터뷰처럼 스트레이트하게 촬영했다. 결과는 의외로 좋았다. 신선한 방법이었단다. 그 후 세계적인 매거진의 한국 진출로 본격적인 패션 사진, 인물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렇게 스타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가가 되어 지금의 조세현이 되었다.

 

사람들은 조세현을 스타 전문 포토그래퍼, 연예인과 아기 사진만 찍는 사람, 인물사진가 등으로 기억할지 모른다. 하지만 소외계층 청소년, 다문화 가족, 노숙자, 기아 아동, 장애인 등 소수자의 삶을 주목했고 찍기도 했다. 그때마다 다른 인생을 만나며 그 또한 찍어야 하는 이유를 배워 나갔다고 말한다.

책은 조세현의 인생 이야기만 들어있지 않다. 사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방법, 자신을 찍어 작은 역사를 만들어 보는 것,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준 일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중 시작장애 아아들에게 사진을 가르쳤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카메라 렌즈에 눈을 대고 찍는 사진 대신 시각 장애인의 체스트 레벨(가슴에 대고 찍는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앞 못 보는 사람이 어떻게 사진을 찍냐고?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눈을 보는 세상보다 더 큰 깊이감을 갖는다.

 

먼저 정안인이 조금씩 피사체의 각도나 형상 위치 등을 설명해주면서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잡아간다. 좋은 정안인을 만나면 시각 장애인들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조세현 작가는 시각 장애 학생들과의 수업을 통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얼마나 일반, 정상이란 범주 속에서 편견을 갖고 살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당연히 보이기 때문에 자세히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볼 수 없을 때 더 간절해지는 마음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어두움이 없다면 빛이 없는 것처럼. 빛과 그림자놀이인 사진의 기술에서 철학을 만날 수 있다. 40년 동안 얼굴과 풍경, 인생을 만났고 이제 농밀한 이야기꾼으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좇고자 한 사진의 모험을 들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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