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는 뇌 -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앤서니 브란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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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 한때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위대한 작품도 인정받는 작품에서 잊힌 작품 사이 어디쯤 놓인다. 즉 가장 진보적이던 것이 평범해지고 가장 예리하던 것도 무뎌진다." P27

예상 가능한 소설, 영화는 지루하다. 우리의 뇌는 한편으로는 세상을 예측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뜻밖의 놀라움과 짜릿함을 추구한다. 점점 빨라지는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이유는 뇌의 '인지 유연성'때문이다. 이토록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뇌와 인간의 빠른 적응 능력은 세월이 흐르면서 반복되고, 억제되면서 변화했다.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최근 기술이 빛을 잃어가는 현상, 쇼킹했던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현상은 세상의 균형과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뮤즈는 갑자기 당신을 찾아오지 않는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사실 사창가 매춘부의 초상화다. 잘 안 풀리던 피카소의 살풀이 작품이자 미술계 전통에 반기를 든 도전적인 작품이다. 미술사가 존 리처드슨이 "700년에 한 번 나올만한 독창적인 그림"이라고 한 <아비뇽의 처녀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작품이 아니다. 계보나 족보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디 한번 살펴볼까?

 

19세기 프랑스에서는 기하학적 형태와 대담한 색채를 이용한 '폴 세잔'이 있었다. 피카소는 세잔이 자신의 유일한 스승이라고 말했다. 피카소의 친구가 가지고 있던 그림 17세기 '엘 그레코'의 제단화 <묵시록전 비전>을 살펴보면 여성들의 누드와 그림 크기와 비율, 구성이 비슷한 점을 볼 수 있다. 피카소는 고국인 스페인의 토착 예술에도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베리아반도의 조각 얼굴은 <아비뇽의 처녀들>의 한 인물의 묘사와 비슷하다. 또한 아프리카 가면에서도 영감을 받았던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표준이란 틀 깨기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책은 넷플릭스 다큐 <창의적인 뇌의 비밀>의 원작이라 할 수 있다. 다큐는 보지 못했지만 책으로도 충분히 예술과 과학의 상관관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둘의 기술 세계를 들여다봄으로써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인간은 대안이 될 만한 현실을 만드는데 능숙하다. 현실을 가지고 다양한 미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만일~라면'이란 가정은 그래서 21세기를 사는 인류에게 더없이 중요하다. 그야말로 창의력 계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창의력은 그저 이것저것을 연결하는 일이다. 창의적인 사람에게 어떻게 그걸 해냈냐고 물으면 그들은 자신이 실제로 그것을 한 것이 아니라서 약간의 죄의식 같은 걸 느낀다. 그들은 단시 무언가를 봤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분명해 보이면 여기에 자신의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합성한다. -스티브 잡스- "

 

창의력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이다. 고립이나 혼사서는 어렵다. 서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받아 협업할 때 창의성은 발현된다. 갑자기 아이폰이 생기지 않았다는 말이다.

1984년 '카시오 AT-550-7 손목시계에 담긴 터치스크린은 낯설지 않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1994년 'IBM 사이먼'에서는 앱과 스타일러스 펜도 있었다. 팩스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기능, 세계 시간기록계, 노트패드, 달력, 단어 자동완성 프로그램도 장착되어 있다. 카시오가 나오고 4년 뒤 스타일러스로 3D 조종이 가능한 개인용 디지털 보조 장치 '데이터 로버 840'이 나왔다. 사용자는 연락처 목록을 메모리칩에 저장해 휴대할 수 있었다. 1999년 등장한 '팜 Vx'는 요즘 디지털 기기의 얇은 두께를 구현했다.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의 말 그대로 본 것을 새롭게 연결한 것이다.

 

음악 재생기를 설계한 '케인 크레이머'는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의 발자국을 따랐다. 워크맨은 1963년 나온 카세트테이프의 영향을 받았고, 카세트테이프는 1924년에 나온 릴 테이프 덕에 생겨났다. 발명은 계속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주변 원재료를 토대로 세상을 리모델링 한다. 즉, 지나온 역사와 현재 상태를 알면 다음 세대 산업의 큰 틀이 보인다. 창작자는 다른 사람에게 물려받은 것을 리모델링하는 일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원형을 휘고, 쪼개고, 섞어서 만들어낸 익숙한 새로움

경험의 원재료를 토대로 창조하는 뇌 세 가지 전략은 휘기(원형을 변형) , 쪼개기, 섞기를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휘기는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마사 그레이엄의 혁신적인 안무나 프랭크 게리의 곡선 건축물이 그 예다. 쪼개기는 원형을 해체해 여러 조각으로 나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전략이다. 피카소가 추구한 평면 분해 3차원 형상의 큐비즘이나, 수많은 픽셀로 이루어진 디지털 이미지의 기술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섞기는 2가지 이상의 재료를 새롭게 결합하는 것이다. 사람의 상반신에 물고기의 꼬리를 가진 인어, 사자를 합친 스핑크스, 황소 머리를 한 미노타우로스, 프리다 칼로의 <상처 입은 사슴>의 이미지 등이 있다. 다른 유전적 조직을 하나의 개체에 담는 유전공학이나 newspaper처럼 단어와 단어를 합친 합성어도 여기에 해당된다. 아름다움은 유전학적으로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창의성을 발휘해 탐구한다면 그 영역을 미학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핸드폰과 스마트폰 기능을 합친 '블랙베리'는 시대의 변화를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사라졌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를 무기 삼아 창의성과 혁신을 이뤄내기도 한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는 47개의 버전이 있었고, 피카소는 들라크루아의 《알제의 여인들》을 15점,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27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58점이나 그렸다.

 

창의성은 수많은 실패를 토대로 나오기도 한다.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인간의 뇌는 안전한 것을 놀라운 것으로 익숙한 것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대체하길 좋아한다. 그때 창의성도 극대화된다. 때문에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서는 한 가지 해결책에 올인하지 않도록 한다. 생산적인 창의성을 위해서는 실수, 연습, 반복을 통한 도전 또는 실패가 어쩌면 해결책에 가까워 기지도 한다.

때문에 실패와 도전을 장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으며 익숙한 패턴에서 일탈의 기회를 자주 삼아야 한다. 오답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위험을 감수하라고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조경제, 창의력 발달, 혁신. 단어 자체에만 구애받지 않고 어릴 때부터 내실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주변의 모든 구역에 창조 씨앗을 뿌리고 골고루 자라나도록 아낌없이 물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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