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우리그림책 53
서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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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비 오는 날, 맞벌이 가정이었던 나는 우산 없이 오는 비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누구라도 데리러 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약간은 다크 했던 어린 시절을 이 그림책으로 치유했다.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 때문이다.

 

 

문방구 앞 뽑기 기계에서 알록달록한 아름 뽑기 한 아이는 비가 오는 지도 모르고 열중이다.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비는 금세 쏴아하는 큰 줄기의 비가 되고, 우산이 없지만 아이는 걱정 없다 말한다. 왜냐하면 비 안 맞고 집에 갈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아이의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귀엽고 따스한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 캡슐을 열어볼까 한다.

 

먹구름의 물기를 짜 우산 대신 쓰기도 하고, 벼락 맞은 나무를 뒤집어써보기도 하고, 좀 시끄럽긴 하지만 머리 위로 개구리 집을 빌려 써보기도 한다. 아이의 변화무쌍한 표정 변화와 익살스러운 몸짓, 행복과 실망을 반복하는 위기 탈출 시리즈를 즐길 수 있다.

잠깐 빌릴 수 있는 집은 무궁무진하다. 새집, 벌집, 거미집, 금붕어 집. 그중에서 단연 최고는 댕댕이네 집이다. 그러다 운 좋게 하마라도 만나면 위험부담이 있지만 조금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박스를 뒤집어쓰는 거다. 적당한 크기를 고른 후 쓰고 가다 보면 또 몇 분을 버틸 수 있다. 비가 점점 거세게 오기 시작한다. 박스도 눅눅해지고 또 다른 박스를 구하기도 어렵다.

앗!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사이. 보물처럼 품 안에 들고 있던 뽑기를 떨어뜨렸다. '악, 안돼!!! 내 캡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줍고 있는데 '어!' 빨간 공룡 캡슐이 큰 우산이 되어 주었다. '거봐, 내가 비 안 맞고 집에 갈 수 있다 그랬지?'.

알록달록한 색감과 몽실몽실한 그림체, 분홍 돼지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압권이다. 비가 오는 날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유쾌한 상상력에 기분이 좋아졌다. 요즘 가정은 아이가 거의 혼자다. 외동으로 크는 아이들은 혼자 노는데 익숙하다. 그때마다 우울해하거나 기운 빠지지 않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그림 속 아이에게 투영되어 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동화되는 기분 좋은 바이러스는 힘들 때 꺼내보면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단번에 시선을 잡아 끄는 《비 안 맞고 집에 가는 방법》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전환점이 되는 책이다. 비를 피하는 방법을 통해 자외선을 피하는 방법, 월요일을 피하는 방법, 더위를 피하는 방법 등 재미있는 발상의 전환도 꽤 하는 고무적인 시간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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