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
정동현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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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추억과 공유된다고 한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기억이 있을 거다. 소풍 때면 싸주시던 엄마표 김밥, 밀가루를 손수 치대 반죽하고 멸치나 닭 육수를 끓여 먹던 손이 많이 가던 칼국수, 방금 튀겨 온기가 있던 탱탱한 어묵, 돈가스를 떠올릴 때면 아버지를 떠올려 보는 기억, 육개장 한 그릇이 슬픈 음식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어릴 때 먹던 음식을 지금 마주하면 추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게 되는 이유다. 맛은 고로 기억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신비한 경험이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는 정동현 셰프의 맛지도를 녹여 놨다. 먹었던 음식과 함께 감정을 소환한다. 밥 한 번 먹자는 한국인의 말속에 담긴 온기를 가늠하게 만드는 작은 행복이다.

멀쩡한 대기업을 막차고 나와 영국 유학길에 오른 사람, 부산의 당구장 집 아들로 자라 당구장의 짜장면을 일찍이 알던 사람,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차출되어 칼과 춤을 추었던 사람,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수년간 호주 멜버른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들었던 생각들을 책 속에 담았다.

마치 음식 하나하나에도 고유한 색깔이 있다면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느끼는 천차만별의 맛을 자신만의 레시피로 조리해 글로 써냈다. 같은 음식을 먹고 자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맛을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면 망상일까? 책 한 권을 아껴가며 읽는 나를 보며 가장 맛있는 부분을 제일 마지막에서야 먹는 식성이 드러났다. 이렇듯 책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을 떠나 영혼을 치유하는 테라피의 기능을 갖는다.

그동안 잊고 있던 음식 고유의 맛을 제대로 탐미하는 시간이었다. 엄마의 아빠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주시던 음식 한 그릇의 철학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운맛, 짠맛, 신맛, 쓴맛을 제대로 표현한 맛지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비싼 음식이 비단 좋은 음식임이 아님을 오늘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생각한다. 허기진 영혼을 채우는 당신의 음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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