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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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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를 처음 만났던 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파스텔톤의 여자아이가 그려진 포근한 그림에 이끌려 읽었더랬다. 그때는 토토가 착하고 귀여운 아이라고만 생각했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꾸준한 밀리언 셀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어 다시 만난 토토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을 비집고 나온 토토가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토토가 겪었던 일을 차근차근 곱씹어 보니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나는 참
나쁜 어른임을 느꼈다.
토토는 엉뚱한 아이였다. 아이가 자라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그 걸음마를 막아서는 안된다. 토토는 수업 시간에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과 까치에게 말을 걸어 결국
퇴학당한다. 학교와 사회라는 규범에는 맞지 않는 모난 돌이었지만 정을 맞아 결국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 후 바야시 선생님이 세운 도모에 학교로 전학
간다. 전교생이 50여 명, 정해진 시간표도 수업 목표도 없이 하고 싶은 과목을 공부하면 된다. 그날 기분에 따라 아무 데나 마음에 드는 곳에
앉으면 그만이다. 선생님은 가르치고 학생은 받아 적는 수동적 수업이 아닌, 열린 수업은 창의력을 키워준다. 답답한 사각형의 교실에서 벗어나
전철을 개조한 교실에서 공부하며 산책도 즐기고, 사색도 빼놓지 않는다. 토토는 매일매일 학교에 가고 싶어진다.
점심시간에는 강당에 모여 산에서 나는 것과 바다에서
나는 것이 든 도시락을 먹는다. 이는 편식하지 않도록 하며 위화감을 줄 수 있는 반찬을 막을 수 있는 학교의 방침 중 하나다. 밥을 먹을 때
말을 하지 말라고 배운 아이들은 식사란 즐겁게 하는 거라 새롭게 배운다. 오히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먹길 장려한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제지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물 흐르듯이 내버려 둔다. 자연스럽게 깨치고 배움으로써 성장하기를 바라는 거다. 온실 속의 화초가 되기보단 길가의 잡초가 될지라도 괜찮다.
세상은 생각보다 위협하고 싸워야 하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화초보다 짓밟혀도 되살아나는 잡초가 낫다.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단단함을 스스로 터득함으로써 한 뼘 더 성장한다.
가장 아끼는 지갑을 화장실에 빠트려서 정화조를 퍼내기
시작할 때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오물 무더기로 학교가 지저분해지더라도 야단치지 않고 믿어주며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접해준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뒤처리까지 끝내난 책임감은 자존감도 함께 키우는 일이다.
토토의 어머니의 교육방침도 멋지다. 철조망을
넘어가느라 팬티가 찢어져도, 옷이 더러워져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사실은 퇴학당했다는 말도 스무 살이 넘어서야 말해준다. 토토 그대로를 사랑하며
거짓말을 해도 혼내지 않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이 성장소설의 고전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다.
전 세계 35개국에 출간되고 중국에서만 1,000만
부가 넘게 팔린 성장소설의 고전 《창가의 토토》가 국내 출간 20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국내 미공개 일러스트 포함 총 22종의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교육은 그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 것, 흥미를 갖는
방법, 사물을 생각하는 방법, 아이의 개성 하나하나를 확실히 존중해 줄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이는 세상의 미래다. 때문에 교육이 중요하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작지만 큰 울림이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토토를 통해 좋은 어른의 정의를 다시 쓰고 싶어졌다. 나는 과연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아니라면 이제부터 어떤 삶을
살아야 하지? 많은 질문을 던지는 밀리언 셀러다. 토토가 성장할수록 나 또한 반성하고 자라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른도 매일매일 조금씩
자란다. 비록 변화가 미비할지라도 바꾸지 않으려 하는 것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