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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같은 나의 연인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봄은 시작과 설렘을 동반합니다. 봄의 전령 중 하나인
벚꽃은 흩날리는 이미지, 함박눈처럼 풍성한 느낌이 연인을 떠오르게 합니다. 봄에만 잠깐 피었다가 지는 벚꽃의 유한함이 연인과의 사랑에 어떤
상징으로 쓰일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를 보고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영화나 소설에서만 가능한 판타지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었습니다. 《나의 벚꽃 같은 연인》은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의 원작 소설가 '우야마 게이스케'의 신작입니다. 전작의
좋았던 여운일까요? 이번 소설도 괜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벚꽃도 지고 싶지 않은
거다...
계속 예쁜 모습으로 있고 싶은
거다...
나도 벚꽃처럼 피어 있고 싶다. 오래도록 그때 모습
그대로이고 싶다.
하루토와 함께였던, 그때 모습으로 살고
싶었다.
이미 너무나도 늦어 버렸지만, 그래도 자꾸만 바라게
된다.
마음을 가눌 길이 없을 만큼
...
소설은 벚꽃 피는 계절에 만난 두 사람이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로 다시 이듬해 봄까지의 시점입니다. 서로의 부족함이 공통점이 되어 이해하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부분은 여느 시작하는 연인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이내 병으로 미사키가 떠나면서 힘들어하는 하루토. 시한부 연인의 모습은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떨어지는 잎새를 보았던 여인과 꽃잎을
흩날리는 벚꽃을 보는 상황이 겹쳐지는 잔상. 짧은 순간에도 열렬히 사랑한 연인들을 보며 얼마나 열정적인 삶을 살았나 반추합니다. 삶과 죽음은
언제나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하루하루 죽어가지만 누군가는 하루하루 희망으로 자라납니다.
이 잔인하리만큼 정확한 자연의 순환은 사랑하는
연인이라 하더라도 쉽게 멈춤을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내 슬픔 속에서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짧은 시간
찬란하게 빛나며 제 삶을 살아가서가 아닐까요?
세상에서 숨길 수 없는 세 가지는 가난, 기침,
사랑이라고 합니다. 영화 <중경삼림>에서는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짧아서 아쉽고 오래도록
기억되지만, 매년 그 해가 돌아오면 또다시 찬란하게 꽃피울 벚꽃, 피고 지는 우리네 인생과도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