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까미노》 떠남을 망설이는 그대에게, 에세이 추천

아홉수, 까미노 - 스물아홉, 인생의 느낌표를 찾아 떠난 산티아고순례길
김강은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6월

스페인 순례길 열풍이 식을 줄 모릅니다. 길 위를 걷는 순간 자신을 발견하고 삶을 개척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스물아홉, 그때는 앞자리 수 하나만 바뀌어도 세상이 끝날 듯 유난을 떨었습니다. 찬란한 이십 대의 아홉수. 결혼도 해야 할 것 같고, 번듯한 직장도, 통장도 두둑이 돈을 모아두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나이. 다가온 서른을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기다렸을 것 같습니다.

"홀로 걷는 게 어렵거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의외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혼자인 것보다 어려울 때가 많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더욱." ​

열아홉은 빨리 스물이 되고 싶었는데, 스물아홉은 서른이 되기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이상과 현실이 다른 서른을 맞이할 차례. 저자는 스페인 순례길에 오릅니다.

14kg나 되는 배낭을 무게만큼 고된 800km의 길. 그때 마주친 풍경, 사람들, 경험을 그렸거나 찍었습니다. 에세이에 담긴 에피소드는 앞으로 살아갈 날의 재료가 되어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김강은 저자는 그림을 전공했기 때문에 여행 도중 풍경을 드로잉 하기도 했습니다.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숨어서 그리던 중 그림을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 용기를 얻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취향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작품이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얼마나 많이 공유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죠.

무엇이든 마찬가지예요. 무언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안다면 부끄럽지만 누군가에게 선보일 용기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렇게 그려간 저자의 드로잉은 사진으로는 차마 담을 수 없는 깊이감과 추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꼭 힘들게 순례길을 걷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은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차를 타는 방법, 걷기 반 차 타기 반인 방법. 단순히 관광이 목적이거나 버킷리스트를 채우기 위한 여행이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까미노에서 이것만은 깨달았으면 좋습니다.

가방의 무게만큼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가늠해 보라는 것! 그리고 내 삶을 직접 걸어가는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 홀로 걸으면서 많은 위기와 걱정이 생기지만, 때로는 동료를 사귀고 우연히 얻은 광경에 넋을 잃고 빠져들어 인생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