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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이 세상 제목이 아니다! 들었을 때 고개가
갸우뚱거리는 이상하고 터무니없는 제목, 오만한 텍스트의 향연, 상상을 초월하다 못해 비틀어버리지만 뭉클한 감정.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첫 에세이집입니다.
읽다가 졸리면 그냥 자도 되는 책을 써보고 싶었다는
엉뚱한 발상, 자기 전에는 어떤 책이 좋을까 상상해 봤다는 작가는 자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을 써봐야겠단 결심을
합니다.
철학서처럼 어렵지도, 소설처럼 끊어버릴 수 없는 몹쓸
흡입력도 뭐든 적당한 그런 책. 적당한 재미와 딥슬립 모두를 잡는 《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상상을 넘어 망상으로
가득한 작가의 머릿속을 여행합니다. 과연 당신의 정신줄은 어디에
계신지요.
책은 그의 기행적인 작품을 몰라도 좋지만 한 편이라도
읽어봤다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라도 봤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쓴 소설부터 연극, 애니메이션 등 재해석된 작품 코멘트, 애정
하는 책과 영화, 그리고 사람들, 좋아하는 것들. 영감의 원천 (즉, 빈둥거림)과 집필 후일담, 소소한 일상이나 일기를 모아둔 산문집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역시나 마감이 모든 악의 근원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
에세이라 하지만 단편 하나를 읽은 듯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사이에서 '모리미 도미히코' 월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작가란 숙명과 싸우는 한 개인, 개인의 지극히 사소하고 은밀한 비밀과
길티플래져까지. 변태스럽고 어쩌면 귀여운 일 인분의 작가를 탐식할 기회입니다.
"나는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략) 그때그때 다르다. '마음을 빼앗길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중략) 그런 식으로 '이미지들'만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다 보면 전개상 불필요한 이미지가 들어가기도 한다. 그럼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세상이 싱거워지는데, 그럴 때에는 아예 전개
자체를 바꿔서 '쓰고 싶은 이미지들'만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이미지의 밀도가 높을수록 그 세상의 인상이 강해진다는 거다."
도미히코는 소설은 자신이 쓰는 게 아니며 내면의
호랑이를 만날 때만이 가능하다고 털어놨습니다. 호랑이를 불러내는 방법, 연습 없이 일필휘지하는 방법, 마감님을 만나는 법 등. 소설가기 때문에
인정받는 독특함, 기묘한 분위기를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자기 전에 5분만 읽어볼까 펼친 책을 몇 시간이나
붙잡고 있는 페이지 터너가 되기도 했고, 실제로 5분 이내 레드썬 되어 일말의 죄책감 없이 자버렸습니다. 때로는 현실감 제로 애니메이션처럼,
때로는 너무 현실적이라서 매력적인 유쾌한 도리미 도미히코 작품세계. 한 번 그 속으로
빠져보겠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