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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
하수연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6월
평점 :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나요? 되는 일은 없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불평불만하고 있지는 않나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기보단 실패한 하루를 자책하고 화를 내기만
했죠. 신은 분명 있지 않을 거라면서 세상 모든 불행은 나에게 왔다고 생각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가끔 병마와 싸워 이긴 수기를 읽을 때면 내
불평불만은 하찮은 일임을 깨닫습니다.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은 열여덟에 만난 불치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병명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에서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귀난치질환을 말한답니다.
아직 꽃피워 보지도 못한 열여덟 인생. 얼마나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울까요? 희귀난치병은 삶을 조각조각 낸 다음,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귀한 깨달음을 선사했습니다.
책은 십 대 때부터 병마와 싸우며 보낸 하루하루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일기장과도 같습니다. 일러스트는 직적 하수연 작가가 그렸습니다. 제대로 된 환우회도 없을 정도로 정보도 부족난
희귀난치병. 편의점 가는 기분으로 병원 갔다가 얼결에 환자복 입었다는 당황스러움처럼 믿기지 않는 일에 연속이었죠.
그때 내려진 삶은 고작 6개월. 6개월은 한 학기
강의 시간,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개월 수, 누구에는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었죠. 이게 사람에게 남은 전체 일생이란 생각을 하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집니다.
저자의 힘들었던 순간, 도망치고 싶고 뭐든 다 놓고
싶었던 순간을 읽는 일은 고통을 동반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아프지 않지만 대신 아파하며 느끼는 3D 리얼 체험이었거든요. 더불어 오늘 하루
불평불만을 쏟아 낸 나 자신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다시 힘차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도 얻습니다.
저자는 몇 개월간 투명하며 몸과 마음이 한 단계
커졌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 한 번 사는 게 해보고
싶은 일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선택 장애가 사라지고, 삶의 의욕이 솟아나는군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훗날 덜 후회하기 위해
지금 더 사랑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 해보고, 사랑도 마음껏 해보는 인생, 실패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오늘 죽자고
살아보는 일을 해보렵니다. 그런 하루가 쌓이고 쌓여 내 역사가 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