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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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여행자가 낯선 장소를 만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은 크게 장소와 여행자로 구성된다. 장소는 자연경관과 문화 경관이자,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 가는 역동적인 실체다. 이 세상의 모든 장소가 제각각 독특한 모습과 특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책은 2013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의 교양 과목 <여행과 지리: 글로벌화의 지역 탐색>을 엮었습니다. 매 학기 개설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5년간 2000여명의 학생이 들었던 인기 강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여행을 장소, 사람, 문화를 연구하는 지리학자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색다른 여행 인문서적입니다. 읽는 동안 삶의 깊이와 넓은 여행자와 관광객의 차이를 고민해 본 재미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관광은 돌아옴을 여행은 떠남을 목적으로 합니다. 둘은 어원부터 다릅니다. 여행은 낯선 곳으로 가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Travel의 라틴어 어원인 트라바일(travail)은 ‘고통, 고생, 위기, 걱정’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뜻하는 트러블(Trouble), 고난을 뜻하는 토일(toil)도 여기서 파생했습니다. 반면 ‘관광’을 뜻하는 Tour의 라틴어 어원인 토마스(tomus)는 ‘원형, 돌아옴’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회를 뜻하는 디투어(detour), 윤곽을 뜻하는 콘투어(contour) 등도 같은 어원에서 파생했습니다.

 

 

"신체를 옮겨 가며 실천하는 국경 넘기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여행 방법이 아니다. 저마다 처해 있는 신체적, 경제적, 정치적 현실에 따라 물리적 국경은 장벽이 되기도 하고 통로가 되기도 한다."

즉, 여행은 떠남과 이동 자체에 중점을 두는 반면, 관광은 출발지로 돌아옴에 중점을 둡니다. 여행이 상대적으로 더 고된 행위이며, 인위적으로 만든 경계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가르는 구분짓기와 일탈과도 같습니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편한 곳에서 불편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자의 오만가지 감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여행은 바로 나 자신을 알기 위한 수단입니다. 여행지에서 앎을 바탕으로 세상과 나의 관계를 알게 되고, 지리적 안목을 기르며, 그로부터 나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여행자, 여행지,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는데요. 여행자는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양성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여행의 목적부터 달라지며,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만나는 장소와 사람들을 왜 충분히 알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합니다. 여행은 장소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앎을 이루는 성찰의 기본입니다. 여행을 통해 삶의 경험과 지식은 더욱 풍부해지고, 긴 여행에 비유하는 우리의 삶이 즐거워지는 이유가 됩니다.

 

 

 

곧 휴가 시즌입니다. 여행 계획들 다들 세우셨나요? 지리를 알면 그 여행이 한층 더 행복해집니다. 가려는 여행지의 정보를 책 속에서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수집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때로는 아무런 정보 없이 뚝하고 떨어지는 여행도 추천합니다. 우연히 만들어내는 필연은 어떤 여행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 당신만의 여행길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멀리 갈 수 없다면 일상에서 여행의 기쁨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요? 꼭 멀리 가야 여행이 아닙니다. 남들 다가는 여행지에서 인증샷을 찍고 와야만 여행이 아닙니다. 거리의 멀고 가까움보다 낯섦과 낯익음을 교차시키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매일 다니는 등굣길, 출퇴근길, 시장 가는 길도 낯설게 바라보기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마주하기. 일상에서 여행의 묘미를 찾아내는 보물 찾기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매일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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