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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고전이 좋은 이유는 시대와 나라를 떠나도 변하지 않는 감동일 겁니다. 작가의 작가라고 알려진 '마크 트웨인'이 딸들을 위해 만들어 준 단 한편의 동화가 있다면 어떨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은 마크 트웨인이 쓰다 만 이야기에 현대 작가의 재해석을 겸해 만든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마크 트웨인 원작에 칼데콧 수상 작가들의 콜라보레이션, 100년이란 시간 동안 잠들어 있다 우리 앞에 나타난 이야기는 폭스 영화사, 카렌 로제펠트 제작으로 영화화 예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트웨인은 19세기 잡지의 해부학 도면에서 비롯된 소년 '조니'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죽어가는 미망인이 조니에게 씨앗을 준다. 옛날에 그녀가 노파에게 친절을 베풀고서 받은 씨앗이다"라는 흩어진 기억의 조각을 맞추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무렵 갑자기 끝이 납니다. "절대 잠들지 않는 힘센 용 두 마리가 지키고 서 있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미완성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2001년 윈스럽 대학의 마크 트웨인 연구자인 '존 버드' 박사가 마크 트웨인 요리책을 구성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다가 기록 보관소에서 미완성 이야기의 존재를 발견합니다. 마크 트웨인이 파리에 머물 당시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는 언급이 일기에서 확인돼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합니다. 칼데콧 수상 작가 '필립'과 삽화가 '에린 스테드' 부부는 이 동화를 토대로 자신과 마크 트웨인이 주고받은 대화를 바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그렇게 두 작가와의 대화로 풀어가는 형식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세상은 아름답고도 위험해
기쁘기도 슬프기도 해
고마워할 줄 모르면서 베풀기도 하고
아주, 아주 많은 것들로 가득해
세상은 새롭고도 낡았지
크지만 작기도 하고
세상은 가혹하면서 친절해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 안에 살고 있지
말끝마다 욕을 달고 사는 포악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년 '조니'는 어느 날 유일한 친구인 닭 '전염병과 기근'을 팔아야 합니다. 할아버지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시장으로 데리고 가죠. 그러던 중 구걸 중인 노파를 만나, 노파에게 전염병과 기근을 건네주고 씨앗 하나를 받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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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앗은 먹으면 배고프지 않는 꽃이 피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할아버지가 다 먹어버리고 죽게 되죠. 할아버지와 씨앗을 묻고 꽃이 피자 먹게 되는데, 배부르지는 않지만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신비하 능력을 갖습니다. 그렇게 길을 떠난 조니는 '수지'라는 이름의 스컹크를 만나 숲속 동물들과 친구가 되고, '올레오 마가린'이란 왕자가 납치되었단 소식을 듣고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마크 트웨인과 두 작가가 만들어 낸 우화는 물질적인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우리들을 꼬집고 있습니다. 욕심을 부린 할아버지가 죽고, 유일한 친구를 내어 준 조니는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얻어 동물들의 메시지도 듣습니다.
끊임없이 어리석은 폭력에 휘말리는 인간들을 구원해 낼 절호의 말을.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말했다.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가 높은 존재 즉, 왕이라도 아들을 납치당한 슬픔을 느껴야 합니다. 아들을 찾아주겠다는 조니와 친구들의 말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100년 전의 동화를 통해 100년 후 우리를 봅니다. 아직도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이 진실한 우정, 사랑을 등한시하며 살아갑니다.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곁을 내어 주는 사람 하나 없는 불쌍한 인생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보입니다.

오랜만에 아이로 돌아간 듯, 환상적인 삽화와 독특한 구성이 판타지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몽상과 상상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주고, 매력적인 이야기 속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꿈과 환상의 나라로 안내합니다. 메마른 일상에 한 편의 동화로 촉촉해지는 하루를 선사해준 세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