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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소설 《그녀, 아델》로 아랍권 여성의 성(性)을
이야기한 '레일라 슬라마니'는 두 번째 소설 《달콤한 노래》를 출간하며 공쿠르 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작품성과 대중성,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동시에, 공쿠르상을 수상한 역대 열두 번째 여성 작가라는 영예를 얻기도 했죠.
'레일라 슬리마니'의 세 번째 책 《섹스와 거짓말》은
모로코 고향에 가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 에세이입니다. 모로코 뿐만 아닌 알제리, 튀니지 등 무슬림 국가 여성들의 처절한 고백입니다.
여성의 성(性)은 오랫동안 터부시 해왔습니다. 특히
북아프리카 모로코, 아랍권 여성들은 성적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고통을 체화한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더욱 부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남성 중심의 성문화, 성을 터부시하는 종교 앞에서 '욕망을 품을 권리'는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는 여성들을 섹스 강박으로 내몰고
가난하고 종속적인 삶을 살게 만드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낙관적이에요. 여기저기 곪은 부분들을
도려내는 중이지요. 전에는 입도 뻥긋할 수 없던 부분이니까요. 여성들은 이제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지, 누군가가 가져다주길 기다리지
않아요."
식욕, 수면욕,
성욕 이란 3대 욕구 중 성욕을 한 번도 충족해 보지 못한 여성들이 기꺼이 레일라 슬라마니의 인터뷰에 응했고, 살기 위한 용기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저 멀리 대한민국의 저 같은 여성에게도 고무적이고 충격적인
목소리였습니다.
처녀성을 강요하고, 강간 당해도 오히려 죄인 취급받는
현실. 성적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는 세계 5위 포르노그래피 시청 국가라는 오명을 안겼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다져 온 사회적 억압은 중국의 전족과도
같았습니다. 발은 커가는데 신발에 끼여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굽어버린 이상한 발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포기로 이어지죠. 이곳의 여성들의 몸과
마음은 전족에 갇혀 스스로 나올 수 없는 감옥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아프리카 중에서도 최북단의 모로코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매춘부, 보모, 대학생, 연극인, 사회운동가, 종교 학자 등 사회 각 분야를 구성하는 여성 15명과 한 명의
남성을 만나며 여성들의 성(性)에 대해 작게나마 관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여성의 자유, 당연한 권리를 옹호하는 바입니다.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을 구할 방법을 우리
모두가 강구해 봐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버젓이 일어나고 책속의 사레는 비단 모로코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