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보이
데이비드 셰프 지음, 황소연 옮김 / 시공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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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까? 불행은- 내가 알기로는 -동행을 좋아한다. 자기중심적이라 너무 많은 동반자를 원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담은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 앉히는 게 도움이 되었다. 글을 읽으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조금 누그러졌다. 알아넌 모임에서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다른 이의 글이 누구도 간 적 없는 바다에서 길잡이 역할을 했다. p 26

 

약물에 중독된 아들을 일으켜 세운 부정.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12살에 처음 마리화나를 접하고 10년간 약물 복용의 늪에서 허우적 거린 아들을 구해낸 아버지의 이야기. 서른 여섯이 되었고 8년간 약물을 끊었지만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릅니다. 이렇게 자식의 불행은 부모의 죄책감이 되어 마음에 상흔을 남깁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와 '스티브 카렐' 주연의 영화 <뷰티풀 보이> 원작이 국내 번역되어 있습니다. 책은 2010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인데 영화를 전 분위기를 전달 받고 싶어 읽었습니다. 예상대로 버겁고 아프며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힘겨운 싸움이었습니다.

 

학교와 사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던 아들이 한순간에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 모든 불행은 자신의 탓인 것 만 같습니다. 닉의 엄마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여준 탓일까?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을까?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걸까? 끊임없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혹여나 아들이 나쁜 길로 들어갈까 자신도 약물을 해본 적 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호기심에, 그땐 그런 분위기가 용인되던 때니까 라며 했던 말. 이게 화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은 내가 해보니 좋지 않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이내 잘못된 교육임을 깨닫고 후회합니다.

 

 

 

닉은 10년 이상 간헐적으로 약물을 복용했다. 당시 나는 중독자의 부모라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할 만한 모든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중독자의 가족들에게는 명쾌한 한 가지 정답도, 분명한 로드맵도 없다는 걸 지금은 안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위안과 지침, 그리고 아니라면 동행이라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p30

점점 강도가 세지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 (자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절절히 전해집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논픽션은 읽는 동안 부모로서 혹은 자식으로서 양가적인 감정의 동요를 이룹니다. 재활과 약물을 반복하는 닉의 심정이었다가도 아들의 비참함을 차마 볼 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이 교차되는 결코 쉽지 않은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마약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금지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약물에 손을 댄 순간 파멸하는 것은 자신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엄격한 건지 말이죠. 이는 자신을 포함해 주변인, 특히 가족의 삶을 좀먹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육체와 정신적 해를 끼치는 것이기 때문일겁니다.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약물중독자를 향한 시선, 오해, 편견을 되짚어보는 작업입니다. 약물에 빠지는 계기는 무엇인지, 이렇게 될 때까지 가족은 무엇을 했는지, 가정환경은 좋지 않았던 것인지 제멋대로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읽고나면 누구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약물은 큰 동기나 시련이 찾아와 하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부모로서 아들의 추락과 재활을 면밀히 응원합니다. 쓰러질 때면 일으켜 세워주고 힘들어 멈춰있다면 뒤에서 밀어주는 행동으로 지켜만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걱정하고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했고, 힘겹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닉 생각뿐입니다.

 

 

허약하고, 흐리멍덩하고, 병에 걸린 모습이겠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사랑하는 내 아들, 아름다운 내 아들이었다. p427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고 합니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은 쉽게 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뷰티풀 보이》를 통해 중독에 대한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약을 한 후 자기중심적인 고백이 주를 이루는 다른 책과는 사르게 《뷰티풀 보이》 는 부모의 감정을 담고 있어 절실히 다가옵니다.

영화 <뷰티풀 보이>는 올해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티모시 샬라메'라는 네이밍으로 벌써부터 기대되는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코믹 연기의 달인인 '스티브 카렐'의 웃음기 뺀 정극 연기도 사실성을 더해주리라 생각합니다. 티모시의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원작은 작은 선물이자 소소한 기쁨으로 기억될 것 입니다. 빨리 영화로 만나 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티모시의 아름다움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화적 성취가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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