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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송구합니다. 항상 비녀를 여러 개 꽂았던 터라 뭔가를 끼적이고 싶을 땐 그중 하나를 뽑아 쓰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환관 차림이라 비녀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소녀는 장안으로 숨어들어가 남장으로 신분을 감춘 채 소환관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기구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소녀 황재하의 매력을 발견하는 중국웹소설입니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셜록>, <구르미 그린 달빛>, <성균관 스캔들>을 적절히 합쳐 놓은 것 같은 이야기. 중국에서 큰 인기에 힘입어 웹툰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현재 소설. 만화 저장수 500만을 넘기고 종이책으로 출간돼 8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저력 있는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죠. 잠중록은 '비녀의 기록'이란 뜻으로 주인공 황재하가 추리를 할 때 비녀를 뽑아 끼적이는 퍼즐과도 이어지는 제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명탐정 못지않은 남장 탐정 황재하가 추리를 할 때마다 같이 초초해지고 머리를 굴리게 되는데요. 전혀 진전되지 않을 것 같은 사건도 그녀의 비책으로 풀어나갈 때면 그 쾌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이서백은 텅 빈 하늘 같던 자신의 인생에 어느샌가 새하얀 구름이 덧칠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5월의 맑게 갠 하늘처럼 맑은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서백의 운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서로 대립해도 좋았고, 얽히는 것도 좋았다. 그렇지만 이서백의 인생에서는 역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가며 서로를 잊는 게 제일 좋으리라.
또한, 로맨스물답게 차가운 남자 이서백과의 짜릿한 밀땅도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 살해범으로 몰린 황재하가 자신을 누명에서 벗겨줄 유일한 키인 이서백의 신임을 얻는 부분을 가슴 졸이며 읽게 되었는데요. 사극 장르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현대적인 로코 포인트가 내재되어 있어 빠른 몰입감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죠.
《잠중록》은 총 4권짜리 소설입니다. 현재 한국에는 2권까지 출간되어 있고, 빠른 전개 탓에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되는 소설입니다. 작가 처처칭한은 이미 중학생일 때 소설을 구상했고 13년에 걸쳐 집필을 준비했다고 전해져 촘촘한 서사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중국 소설의 방대함, 짜릿한 로맨스 소설의 감수성, 문제를 풀어나가는 추리력의 진수를 함께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