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명료한 정신으로 극도의 슬픔과 고독을 표현하려고 했어.

 이 그림들이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시골에서 얼마나 건강하고 활기찬지를 말해주리라 확신하니 말이야.

-반 고흐의 편지 중에서-

 

 

 

 

 

작가이자 화가였던 '헤르만 헤세'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치료했습니다. 헤세는 자신이 겪어야 했던 부모와의 갈등,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교육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온 청소년기,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을 주제로 많은 소설을 남겼죠. 이때,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등이 나왔습니다.

 

그는 일생의 두 번의 심각한 정신적 혼란을 겪는데요. 청소년기의 극심한 방황과 성인이 된 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두 번의 동요를 겪게 되죠. 이때 헤세는 스위스 테센의 조용한 마을에서 자기 치료의 산물로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미술치료는 그림이 주는 행위와 안정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를 반증하는 셈입니다. 헤세의 그림에서 예술이 주는 위안에 나 자신을 몰입시키고자 했던 상황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흔히 '빈센트 반 고흐' 현대의 심리학과 정신의학적 개념으로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는 자신을 옭아매던 정신적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욱더 창작에 매진했죠. 고흐에게 그림은 고통의 기록이자 정신적 탈출구였습니다. 메니에르라는 청각장애와 간질,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우울장애 등 여러 가지 신경학적 문제를 앓던 고흐는 야외에 나가 그림을 그림으로써 자신을 치유하고자 했죠.

 

고흐 하면 떠오르는 임파스토(유화에서 물감을 두껍게 겹쳐 칠하는 기법) 붓 자국을 보고 어떤 감정이 드나요? 뇌과학자들은 촉각적 심상을 재현한 이미지를 보았을 때 시각피질과 인접한 측후두엽에서 실제로 촉각적 감각이 유발된다고 말합니다. 측후두엽에서 시각과 촉각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측후두엽의 이 회로는 해마와 편도체, 그리고 도파민 회로와 직접 연결되어 있죠.

 

 

즉, 우리의 시각과 촉각, 사적인 감정의 기억과 행복감을 관장하는 두뇌의 기관들이 동시에 자극 받고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파랗고 노란 고흐의 그림을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이유를 뇌과학적인 부분에서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뭉크'의 그림은 가족의 거듭된 죽음과 반복된 상실이 갖는 트라우마를 표현합니다. 뭉크가 남긴 일기와 소설, 그리고 그림은 모든 정신적 고통과 부정적 사고과정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죠. 뭉크를 발달심리학과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렇습니다. 어둡고 절망적이며 피해 망상적 분위기는 죽음과 아동기에 받은 학대적 훈육이 유발하는 정신과적 장애의 발달 경로를 보인다고 말이죠.

 

자신이 겪었던 상실과 고통을 추스르기도 전에 혹독한 훈육을 통해 성장한 뭉크. 허무와 불안 공포로 몰아넣어 완성한 수많은 작품은 지금도 많은 현대인에게 고통의 상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뭉크와는 다르게 '에곤 실레'가 청소년기에 경험한 우울감과 분노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쿠션이 되어준 클림트의 사회적 지지는 성인이 된 후 인격과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성인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사회적 지지는 청소년기의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이때 형성된 우울과 분노는 중년이 된 후 부부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짧고도 강렬한 삶을 살았던 에곤 실레의 작품들을 응시하고 있으면 당시 전통이라 말하는 사조를 거부한 특별함이 느껴집니다. 흔들리는 눈빛과 텅 빈 표정 뒤틀린 인체, 파격적인 성(性) 묘사는 100년도 지난 지금에도 많은 이의 영감이 되어 줍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술치료를 통해 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불안한지, 화가 났는지, 슬픈지, 기쁜지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 색감 등을 통해 생각과 감정의 스펙트럼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작품을 분석해 화가들의 삶과 심리를 읽어보는 책입니다. 마치 미술관에 다녀온 듯 생생하고 흥미로운 해석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미술과 심리를 동시에 끝낼 수 있는 책, 둘 다 관심 있는 분야라면 최적의 독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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