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 어떤 느낌일까요? 아직까지 가까운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죽음을 맞지 않아 막연한 슬픔과 공포감을 생각합니다.
《영원한 외출》은 '마스다 미리'의 삼촌과 아버지의 죽을 통한 사적 고백을 담았습니다. 전작 《오늘의 인생》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언급해 살짝 기시감이 들면서도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 이유도 알게 됩니다. 마스다 미리답게 가족의 죽음도 덤덤한 시각으로 담아내 슬픔의 객관화를 이룹니다.
책은 다른 곳에 연재하던 기존 작품과 달리, 어느 매체도 연재하지 않고 2년 동안 홀로 집필해 발표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언젠가는 준비해야 하는 가까운 이의 죽음. 생각하기도 싫지만 꼭 생각해야 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장례식을 준비와 유품정리, 은행 절차 과정, 아버지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추억, 슬픈 기운에도 불구하고 배고픔을 느끼는 욕구까지. 마치 내가 장례를 치르는 것 같은 세세한 흐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나도 미래에 겪게 될 일이라서일까요? 벌써부터 생각하기는 싫지만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첫 딸은 아버지와 약간의 거리감이 있습니다. 딸들이 다들 애교가 철철 넘치는 것도 아니고, 아빠는 딸바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버지란 무섭기도 하지만 든든한 산 같은 존재 그 이상입니다. 늘 곁에 있어 존재감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작아진 등을 갑자기 눈치챌 때의 당혹감.. 겪어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을 겁니다.
아버지는 동의를 구하는 어조로 '올해는 아직 벚꽃을 못 봤네.', 홋카이도에 가고 싶네..', 켄터키 먹고 싶지 않냐?'라는 말을 곧잘 했지만 딸은 그냥 넘겨 버렸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같이 하기 쑥스럽고 그런 감정. 마스다 마리는 지나고 나니 후회가 된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럴 것 같아 있을 때 잘하자!라는 마음이 앞서지만 쉽지 만은 않은 결정이겠죠.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는 사이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하는 마스다 미리. 엄마에게 음식을 배워 두지 않으면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서 엄마의 요리는 영영 사라지고 말 텐데 말이죠. 어느 날 문득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을 때, 해 먹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쉽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전반부는 삼촌과 아버지의 죽음의 상념들을, 후반부는 엄마와의 추억을 쌓고 죽음을 받아들이며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삶을 다룹니다. 아버지가 없는 어색한 일상, 이때도 아버지는 가족들의 대화 속에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자연스레 숨 쉬는 아버지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거실에서 TV를 볼 때마다, 함께 했던 여행지를 다시 갈 때도 따라옵니다.
죽음, 슬픔은 객관화하기 힘든 감정입니다. 우리는 태어나 점점 죽음으로 다가가는 중입니다. 아이도 노인이 되고, 젊었던 부모님과도 이별해야 할 때가 다가옵니다. 아직은 가까운 이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만. 마스다 미리를 통해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언젠가 다가올 그때, 담담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마스다 미리 덕에 체험한 대리 경험입니다. 언제나 고민을 한발 앞서 해주는 마스다 미리, 누군가 영원한 외출을 떠나기 전 잠시만 붙잡아 두어야겠습니다. 잠시만 같이 할 수 있겠냐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