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거리를 두는 대화법 - 감정은 쓰지 않고 센스 있게 받아치기
김범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평점 :
아무리 편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가까운 거리였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말 마디, 행동 하나는 관계를 엉망으로
만든다
얼마 전 세 번 본 사람에게 큰 실수를 했습니다. 세 번 봤으면 친한 사이인가요? 아닌가요? 저는
SNS 대화로 큰 실수를 했고, 아마 크게 당황하고 화도 났을 겁니다. 그땐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단체 대화방에서 고무되는
분위기를 끊지 못하고 그 사람과의 대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릅니다. 정보를 물어보고 의견을 얻고 싶었던 건데 제가 망치고 말았거든요. 다시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이 상처가 되기도
하는데요. 무심코 한 말이 상대방에게 큰 비수가 될 수도 있음을 머리로는 알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저 또한 그랬거든요.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고 정중히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거리를 두는 대화법》 은 쉽게 하고 듣는 말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대화법을 담았습니다. SNS 친구로 인해 불필요한 사생활까지 알게 되는 시점에서 오래도록 좋은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한 거리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거리를 두면 더 좋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도 말합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적당히 거리를 둠으로써 더 돈독해지는
관계. 말 한마디로 거리를 좁히기도 넓히기도 하는 심리학을 알아볼까요?
어떤 모임에 갔습니다.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거듭되는 자랑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대화를
정중히 그리고 단호하게 끝낼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요? 저자의 명쾌한 이야기에 무릎을 치고
맙니다. "축하해. 이건 네가 한턱내는 거지? 자랑하는 거 들어주느라 나 엄청 힘들다." "와,
그랬구나! 멋지다! 2차는 네가 쏴야겠네? 오늘 마음 편하게 먹어도 되는 거지?" 순간 갑분싸.. 그
사람은 더 이상 자랑하지 않고 듣기만 했답니다.
그깟 자랑 한마디 들어주지 못하냐 하느냐고 빈정 될지도 모르겠지만 더 괜찮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기
때문에 내 시간을 그만 쓸 권리쯤은 있음을 알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도 아까운데 굳이 시간 낭비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두 번째 케이스는 수업 중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최근 요가를 배우는데 몸과 마음이
함께 수련과 운동이 되고 있어 매우 좋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혼잣말처럼 이야기하는 분이 계시네요. "요가가 무슨 운동이야, 헬스
정도는 해야지 살이 빠지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렇데 되받아 치하고 조언합니다. "말씀 고맙게 잘 들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제 경험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라고 말이죠.
흥분하거나 언성을 높여 싸우면 지는 겁니다. 어떤 집단이나 자기의 기분에 부합하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이 살지
못한 인생을 산 타인의 경험을 존중하되 그 경험도 일부라고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혹여나 나는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기보단, 침묵을 지키는 편이 자신을 위한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밖에도 책에는 무례한 사람과 거리를 넓히는 생활별 대화법을 전해줍니다. 애인 없냐는 질문에
"소개팅해주게? 고마워!"라든지, 짜증 나는 궤변에 "좋은 말씀 다시 한 번 해주실래요?"라든가, 말 같잖은 말에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라고 말해보는 겁니다. 반대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이런 대화법도 좋다고 합니다. 대화의 시작에 공감을
자아내는 "아하, 와우, 아.. 그렇군요. 그래 맞아!" , 처음 방문한 장소가 어색하지 않은 "컵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억지로 유지하는 인연보다는 아쉽지만 깔끔한 절교가 본인을 위해 좋은 일입니다. 잘 맞는 좋은 사람만
만나기에도 인생은 참으로 부족하니까요. 그리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빙빙 돌려 말하다가 끙끙 앓지 말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근육을 조금씩
키워가야 합니다. 처음부터 단호하게 싫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집에 와서 후회하며 며칠을 이불킥 하지말고 나 자신이 먼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거리를 멀리한다는 건 상대방이 미울 때, 보기 싫을 때에만 필요한 개념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랑하기에
거리를 떼는 것이야말로 거리를 잘 조절할 줄 아는 최고의 고수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김범준 저자는 전작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를
통해 순식간에 기분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말투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번 책에는 관계의 심화 학습이면서도 여전히 상황별 거리두기 대화법으로 감정은 쓰지 않고 센스 있게
말하는 법을 전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내 말투를 돌아보고 조심해야 할 말투도 공부했습니다. 앞으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말인지 막걸린지
막말하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방법,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점검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