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별들은 모두 똑같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났다. 몇몇은 흘러가고,

                    몇몇은 사라진다. 사라진 별에도 한창 빛나던 날들이 있었다.

                    나 또한 작은 별 중의 하나.

                    그이도 저이도 목숨 있는 별이었다.

                 밤하늘에도 깜박이는 이름도 없는 별들이었다."

 

딸은 엄마의 인생을 닮는다고 합니다. 지긋지긋한 엄마의 인생을 보고 자란 딸은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테야'를 입버릇처럼 되새기지만 결국 그 전철을 밟기도 합니다.

 

2007년 데뷔작 《빙평선》을 출간한 후, 2013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호텔 로열》 등 성(性)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와 복잡한 마음을 면밀히 그려낸 '사쿠라기 시노'의 연작소설 《별이 총총》. 태어나고 화려하게 빛나고 소멸하는 별 같은 여성의 일대기를 그려냅니다. 엄마 사키코, 딸 지하루, 그리고 손녀 야야코로 이어지는 모녀 삼대의 인생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쿠라기 시노'는 《순수의 영역》,《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으로 작가 필력을 맛보던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굽이치는 마음의 동요가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읽을 수 있었죠. 이번 소설은 아홉 편의 단편이 끊어진 듯 이어져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아홉의 시점을 모으면 '쓰카모토 지하루'라는 기구한 여성의 삶으로 귀결됩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을 가졌고, 남자의 정이 그리워 집을 나간 엄마 사키코. 그런 엄마를 원망할 새도 없이 할머니 밑에서 갖은 아르바이트로 버티며 살아가다 스트립 댄서가 된 사연 많은 여자 지하루. 자신과 똑닮은 딸 야야코를 낳았지만 운명처럼 딸을 버리고 정착합니다. 훗날 자전적인 이야기를 써 작가가 되기도 했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잃을 때까지. 소설은 지하루와 인연을 맺은 인간 군상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단편들은 '쓰카모토 지하루'를 중심축으로 관계 맺고 있습니다. 둔해 보이는 답답한 사춘기 지하루를 긍휼히 여기면서도 자식과 얽히는 건 싫은 옆집 아주머니, 스트립 댄서로 살면서도 어여삐 여겨주던 사장, 시를 가르쳐 준다고 하면서도 욕망을 숨길 줄 모르는 문인, 다 죽어가는 어머니의 소식을 전하려 왔던 남자, 지하루가 버리고 간 손녀딸을 거둔 시어머니와 딸 야야코. 슬픔과 이기심, 동정이 느껴지는 캐릭터는 지하루란 별을 더욱 총총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일그러졌어도 너무 슬퍼도 인간은 살아간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며 시적 압축이 300페이지의 소설에 녹아들어 가 있습니다. 분명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성으로서 사랑과 인생에 대해 반추하는 계기를 선사합니다. 제목 《별이 총총》은 지하루가 쓴 자전적 이야기의 책과 같습니다. 별은 자기 자리에서 스스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안개가 끼거나 흐리면 잠시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그곳에 있죠. 지금 내가 보잘것없이 느껴지더라도 누구나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고귀한 존재임을 소설은 천천히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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