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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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이 어떻든,

언제나 다시 시작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

 

2001년 타계한 박완서 작가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29인 작가가 모여 콩트집을 선보였습니다. '인간다운 삶은 무엇인가'라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보여준 박완서 작가의 문학정신은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었는데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신진, 중견 작가 스물아홉이 만들어낸 박완서 오마주. 그들의 이야기보따리를 지금부터 풀어 볼까요?

 

박완서 타계 8주년, 29인 작가의 오마주

 

인생을 긴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쉬어가는 쉼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짧지만 강렬하고, 그러면서도 사려 깊은 이야기는 일상에 지친 독자에게 쉬어가는 페이지를 선사합니다. 독서는 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취미이자, 습관입니다.

 

김성중 작가의 <등신, 안심>은 부부 싸움 후 일곱 장에 만원인 돈가스를 사 와야 하는 상황에서 터진 애환이며, 김숨 작가의 <비둘기 여자>는 무능력한 남편의 과태료 대신 아들의 점퍼를 사주게 된 여자의 시점이 이제는 거리의 흉물이 된 비둘기를 떠올립니다.

 

책 속에 담긴 단편은 언제 어디서나 꺼내 읽어도 좋은 문장이며, 작가가 지닌 필력을 찾아보는 숨은 그림 찾기 같습니다. 어떤 글은 단번에 누구 글인지 알 수 있지만, 어떤 글은 스타일을 변형해 새로운 시도를 한 글도 있죠. 참으로 권장해 마다하지 않는 협업입니다. 존경하는 작가를 향한 마음과 재능이 맺어진 형식, 문체 파괴의 콜라보레이션은 흥미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존 작가의 필력 확인, 신진 작가를 알게 되는 계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소설 《흐르는 편지》의 #김숨, 농촌 소설 《놀러 가자고요》로 알게 된 #김종광, 미스터리 소설 《죽은 올빼미 농장》의 #백민석, 현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최순덕 성령충만기》로 엉뚱함과 이상한 매력을 알게 된 #이기호 등이 전작을 읽으며 쌓은 특정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기쁨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꼭 읽어야겠다는 독서 리스트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멜랑콜리 해피엔딩》 은 구구절절 박완서 선생의 글들을 소개할 필요도, 참여 작가의 필모그래피를 훑어 볼 필요도 없는 믿고 보는 콩트집입니다.

 

제목처럼 멜랑꼴리함과 해피엔딩을 주제로 스물아홉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썩소를 날리는 블랙 유머부터 위트 있는 삶의 해학까지. 스물아홉 개의 이야기가 가진 '삶에 대한 재해석'은 빡빡한 일상에 깃든 청량한 단비 같습니다.

 

생각 없이 훌훌 읽다 보면 허리를 곧추 세우는 글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문학이란 무미건조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과 깊은 맛을 주는 조미료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박완서를 소재로 한 잘 차려진 뷔페를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후회하지 않을 독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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