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그곳에서 너를 기다릴게.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ㅣ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우리가 처음 만난 게 맞을까?

너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너의 이름은.>이 생각나는 감성소설. 올겨울 따듯하게 품어 줄 미스터리 장르 어떠세요?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죽은 사람의 한을 풀어주고,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주인공 '사쿠라'는 전 여자친구였던 아사쓰키와의 재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사신 아르바이트 선배 '하나모리'와 다양한 사자(死者)를 접촉하며 평생 살면서도 다 경험하기 힘든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되는데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앞에 작아지고 마는 유한함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나도 갑자기 죽게 되면 이승에서 하지 못한 일을 끝내고자 사자가 될까? 이런 엉뚱한 상상도 해봤고요.

시급 300엔, 급전이 필요해 시작한 이상한 알바. 미련을 품고 죽는 사람 중에 '사자'가 탄생하는데요. 죽음이 잠시 무효화되는 추가시간에 사신은 사자의 미련을 위해 도와주어야 합니다. 기한은 6개월, 임무가 끝나면 그동안의 기억을 사라집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일하면 어떤 소원이든 딱 하나 이루어주는 '희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과연 사쿠라는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소원은 무엇일까요?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은 삶의 미련 남아 사자가 되었는데 정작 무엇에 미련을 품었는지 모르거나 미련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중단할 수 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죽어서도 계속된다는 일종의 형벌 같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결국, 사자(死者)를 구원하며 사신도 구원을 받는다는 구성을 취합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안타까움과 후회도 동반되며 진실을 향한 갈망이 커집니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라이트 노블의 강점을 적극 어필하며 단숨에 읽히는 페이지터너입니다. 가벼운 무게, 몽글몽글한 감성이 밤새우기 딱 좋은 만큼의 분량입니다. 긴긴밤 귤 까먹으면서 밤새도록 즐거움과 아쉬움, 감동을 느껴볼 기회입니다. 잃어버렸던 감성을 찾고 싶은 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항상 떠나고 나면 후회하는 게 인간이란 동물인 것 같습니다. 아사쓰키가 쓰던 일기장. 후회되는 과거가 아닌, 매일 이루어지기를 꿈꿨던 작은 희망을 오늘 한 번 써볼까 합니다. 그 미래를 생각하고 적어보고 입 밖에 내어 본다면 분명 오늘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