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장안 24시》로 한국 독자들에게 눈도장 찍은 마보융의 차기작《용과 지하철》 . 독특한 제목의 소설은 이번에도 용을 지하철로 남는 고대 중국 장안이 무대입니다. 장안은 당나라의 서울인 서안이었다고 하는데요. 고대도시의 신비로움과 허구가 만나 빛나는 이야기의 밀도가 중국판 <해리 포터>,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깜깜한 터널 안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용 머리가 튀어나왔다. 얼룡처럼 사악한 기운이 뭉친 악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진짜 용! 용 머리가 둥근 터널을 빠져나와 플랫폼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나타가 흘러나왔다고 느낀 이유는 용이 공중에 떠 이었기 때문이다. 몸통 아래 달린 발은 지면에서 1장쯤 떨어져 있었다. 용이 등장하면서 거센 바람이 불자 플랫폼 위 사람들은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꽉 붙잡았다.

온 세상의 사악한 기운이 모여 탄생한 요괴 얼룡이 나타나고, 황제의 이기심에 악룡까지 출몰하는 고대 장안은 판타지 세계입니다. 장안은 뭐든 갖춰진 도시이자 사람들의 편리함을 책임지는 용들은 지하철로 소임을 다하는 곳입니다.

어느 날, 이런 용이 지하 동굴에서 갇혀 지냄을 알게 된 소년 나타. 영화 <린 온 피트>의 경주마 '린 온 피트'와 소년의 모험 이야기와도 비슷했는데요. 동물과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는 전 세대를 관통하는 감동적인 주제입니다. 이와 더불어 용을 잡아 노예처럼 지하에 가둬두고 탈것으로 활용한 인간의 이기심과 경악스러움에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한 번도 비상하지 못한 지하용들을 날아오르게 할 열세 살 소년의 모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고대 도시를 상상해보는 매력과 금방이라도 지하에서 뚫고 승천할 것 같은 이야기의 활력이 독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고북구 출입금지 구역》, 《고고물리학》, 《대접근대이동》이 세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마보융의 흥미로운 유니버스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길 바랍니다. 마치 용을 타고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한 이색 체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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