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경영의 아버지

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 망국의 신하에서 일본 경제의 전설이 되기까지
시부사와 에이이치 지음, 박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책은 메이지 유신 신정부의 근대 경제 건설자, 500여 개 굴지의 기업을 세운 창업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도덕경영의 선구자, 폐망한 일본 경제를 일으킨 일본의 미다스 손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첫 번째 구술 자서전입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마치 무협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데요. 자신을 소설 속 영웅처럼 묘사한 스타일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일본은 1853년 페리가 에도만(지금의 도쿄만)에 출현한 이래 '도쿠가와 막부 체제'는 무너지고 개항해 1869년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게 되죠. 그는 1840년 출생해 독서(논어, 대학 등), 검술, 한자 등을 공부하며 지경을 넓혔고, 농업과 상업을 중시하던 아버지를 따라 경제관념을 익혔습니다.

그는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신하였던 1967년, 스물일곱이란 어린 나이에 파리 만국 박람회에 참가하고 유럽을 돌며 서양 문물과 기술의 발전을 체험하게 됩니다. 유럽에서 만난 근대 자본주의와 주식회사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죠. 상업을 천대하던 일본과 달리 모두를 살리고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대안으로 다가왔고, 상업을 가지고 들어오기로 결심합니다. 그 후 점점 자본주의와 기업 경영의 중요성을 깨닫는 2년여의 유학 이후 망한 조국에 돌아와 지금 일본의 기틀을 세우는데 일조합니다.

신국의 입장에서 보면 망국의 신하였던 그는 눈엣가시였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으로 신국에 추천을 받아 대장성 조세 사정, 개정국 국장을 역임하며 일본의 조세, 화폐 은행, 회계 등을 개척하게 됩니다. 그 후 관직에서 내려와 철도, 가스, 전등, 방직 회사, 삿포로 맥주, 임페리얼 호텔, 도쿄 전철 등 5000여 개의 기업을 세운 전문경영인으로 변신. 현 일본 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 밖에도 도쿄양육원, 일본 적십자사 등 600여 개의 자선기관을 세우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국, 중국, 인도 등의 민간 외교활동을 벌였는데요. 공무원에서 경영인, 일본 경제의 전설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일대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책입니다.

시부사와가 현재에도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의 도덕경영 때문입니다. 쓰러져가는 나라에서 새 나라의 뼈대를 세운 설계자 뿐만 아니라 《논어》를 바탕으로 한 근대 자본주의의 이상적인 완성이라 할 수 있죠. 올바른 도리에 따라 쌓은 부가 아니면 그 부는 영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정한 부의 창출은 '도덕 경영'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하던 경영철학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노동자와 기업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고어와 낯선 일본어투를 최대한 쉽게 번역한 박훈 교수의 역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은, 경영인을 꿈꾸는 혹은 설계자의 초심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독자에게 추천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