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잘 다녀와 + 잘 지내니 - 전2권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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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는 말. 어렸을 때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점점 나이를 먹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만남 뒤에는 헤어짐이 따라옴을 하나씩 알아아게 되죠. 그렇다고 헤어짐이 두려워 만나지 않으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언제 떠나더라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감정을 추슬러야 한다는 것쯤은 알게 된 나이입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화 두 권은 《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의 저자 '톤 텔레헨'의 신작입니다. 두 책은 모두 동물들이 주인공인 우화소설로 동물들의 특성과 현대인의 복잡다난한 내면을 잘 매칭해 놓고 있습니다. 감수성을 점점 잃어가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힐링 동화인데요. 바짝 얼어붙은 마음을 살살 녹이는 따스한 핫초코 같은 그림과 글들이 맞아 줍니다.

우리는 매일 타인의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편지로, 전화로, 이메일로 전했을 소식을 지금은 클릭 한 번으로 실시간 함께할 수 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정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정보가 되기도 하죠.

동화 속에서는 순수한 유년 시절로 돌아가 내 생각을 안 해서 슬프지만 나는 언제나 너를 생각하며 살아가겠다는 말, 저 멀리서 누군가 나를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기쁨 한 번쯤 곱씹어 볼 말입니다.

모든 게 불필요하다고 느껴서 물건도 관계도 버렸지만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외로움을 버리지 못한 사연. 근황을 알려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누군가의 관심받고 싶은 이중성.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를 우화로 표현했습니다.

《잘 지내니》는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가 생각나는 동화입니다. 별일 없이 사는 게 가장 힘든 일이 되어버린 현대인의 일과에서 '잘 지내냐'라는 인사는 묻지 말아야 할 금기어가 되기도 합니다. 오랜 취업 준비와 경제 불황 등으로 어쩌면 안부를 묻고 답하는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어떨 때 여행 가세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을 때, 혹은 마음이 복잡해 어디든 훌쩍하고 떠나고 싶을 때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죠? 호기심에 이끌린 다람쥐가 여행을 떠나며 다양한 동물들과 상황을 맞이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도 닮았습니다.

다람쥐는 생각했다.

만약 그곳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여기가 전부라는 말이네.

그는 하늘과 평야, 멀리 있는 숲,

옆에 있는 개미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전부야.

더 이상은 뭐가 없는 거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알아낸 것에 만족했다.

더 이상 뭔가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같은 곳을 빠짐없이 다니는 일상은 쉽게 지루해지고, 어디라도 좋으니 모험을 떠나고 싶을 때 이 책은 심심한 위로가 됩니다. 떠나보면 늘 알게 되잖아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집 많은 평온하고 온전히 쉬게 하는 장소는 흔치 않아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힘내서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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