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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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의미 있는 애정 대상을 상실한 후에 따라오는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정신 과정. 애도는 주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사별)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일컫는다.
-정신분석용어사전 중에서-

 

"눈이 내렸다. 파리에 폭설이 내렸다. 참 드문 일이다.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한다. 그리고 그 혼잣말이 나를 아프게 한다: 그녀는 결코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없으리라, 이 눈을 보기 위해서, 이 눈 소식을 나로부터 듣기 위해서. "

어머니의 죽음 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써 내려간 2년간의 애도 일기.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슬픔과 상실, 아직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보지 않아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롤랑 바르트의 작품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읽기 쉬운 스테디셀러인 만큼 텍스트에 녹아 낸 애도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1977년 10월 25일 바르트의 어머니가 사망한 후 다음 날인 26일부터 작은 쪽지나 날짜 없는 메모들로 채워진 2년 여간의 문장들. 쪽지는 바르트의 책 상 한편 작은 메모 상자를 발견 한 2009년 30년 후입니다.

"지금 용기는 내게 다른 걸 의미한다: 살고자 하는 의지. 그런데 그러자면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 조각난 문장을 붙이고 편집해 만들어진 책이며, 안타깝게도 바르트는 1980년 2월 25일 세탁물 운반 트럭에 치였지만 치료를 거부해 3월 26일에 사망하였는데요. 《애도 일기》를 읽은 후에 드는 생각은 쓰는 내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삶의 의지도 놓아버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인은 사고지만, 비공식적으로 바르트는 자살이라고 전해집니다. 애도에 또 다른 애도를 보냅니다.


"외로움= 대화를 나눌 사람이 집에 없다는 것. 몇 시쯤 돌아오겠노라고, 또는 (전화로) 지금 집에 와 있어요,라고 말할 사람이 더는 없다는 것.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애착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바르트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가 키운 성공한 교수였습니다. 그의 삶은 어머니의 죽음 전후로 나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유난히 후기 작품들이 죽음, 상실, 슬픔에 적셔진 멜랑꼴리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어머니 때문입니다.

 

로맹 가리와 어머니의 일화를 다룬 영화 <새벽의 약속>이 생각난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새벽의 약속>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로맹 가리'가 어머니의 죽음 후 쓴 자전적인 소설로 세계적인 작가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어머니를 위한 헌사였죠. 로맹 가리 또한 홀어머니가 그를 키우며 고생하고 헌신했던 사랑을 담아 최고의 소설을 써 내려갔습니다. 세상이 어머니는 존재 자체로 위대하다는 걸 또 한번 느꼈던 영화였습니다.

"완전히 망가져버린 느낌 또는 불편한 느낌
그러나다 때때로 발작처럼 갑작스럽게 습격하는 활기"

이토록 어머니는 시대와 나라를 떠나 삶을 뒤흔드는 존재감을 갖습니다. 《애도 일기》를 통해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마스터피스! 삶과 죽음 그 어느 것도 마음대로 관장하지 못하는 인간이 나약함을 절실하게 전해지는 꾹꾹 눌러쓴 글귀였습니다.

누구든 태어남과 죽음을 예상할 수 없기에 준비되지 않은 슬픔을 이겨낼 용기가 필요합니다. 삶과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찾아오기에 담담해지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숙명과도 같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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