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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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은 이제 어르신들만 당하는 사기가 아닙니다. 나이와 성별, 직업에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불안을 매개로 한 보이스피싱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부른 보편화된 사기 행각이죠.

속임수는 욕망, 신뢰, 불안이란 세  심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처음부터 가난했던 사람보다는 예전에 잘 나갔던 사람이, 누군가를 잘 믿는 마음씨 착한 사람이, 더 큰 무엇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큰 사람이 걸려들기 쉽습니다. 당신은 속임수에 자유롭습니까?


속임수가 무서운 것은 별 욕심이 없던 사람도 욕심이 생기게끔 만들기 때문입니다. 속임수는 욕망을 먹고 자라라는 새빨간 열매 같습니다. 공짜, 무료 혜택이란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넘어 가는 이유도 손실을 싫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입니다. 특히 공짜는 '빚을 졌다'라는 불편한 감정을 갖게 만들어 사은품을 무료로 얻어 올 경우 상대방의 무리한 부탁도 들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얼마 전 운동을 끝내고 출출하던 찰나,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우산도 없는데 어디서 자극적인 부침개 냄새가 났고 문 앞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한 남성의 제안에 이끌리듯 따라갔습니다.

"바로 옆 교회에서 부침개를 많이 부쳤어요. 제가 우산 씌워 드릴 테니까 와서 드리고 가세요. 괜찮아요."라는 솔깃한 제안. 머릿속에서는 이미 이성을 상실한 배꼽시계가 "비도 오고 출출한데 부침개가 딱이지.."라는 알람을 울리고 있었죠. 비가 많이 오기도 했고 거절 못 하는 성격상 이미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갈팡질팡하다가 보니 어느덧 도착. 지글지글 부침개 굽는 소리와 냄새에 취해 흡입하고 있을 때쯤 아뿔싸, 드디어 공짜 부침개의 본론 어느 교회 다니는지 호구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자~ 공일공~?"이란 말에 역시 공짜는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죠.

그날은 옆 교회의 전도 날이었습니다. 배 두둑이 부침개를 먹었고, 좋은 말씀을 듣고 갔지만. 문 앞에서 밝은 미소로 기다리고 있던 남성분은 일절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는 게 함정이었습니다.

 

 

사람을 잘 믿는 사람을 이용한 사기는 가족, 동창, 선후배 등 원래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란 '신뢰'로 진행됩니다. 때론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입니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가족사기의 유형은 시대와 나라를 떠나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이자, 패턴화된 사기 유형이죠.

인간은 낯선 상대에 대한 불안과 경계를 갖는데, 신뢰를 얻으려면 경계심을 뚫어야 합니다. 외부 사람을 경계하는 심리는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탓에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사기보다,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는 제품 판매에도 적용됩니다. 신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 이유는 고객에게 익숙함을 주기 위해서죠. 익숙해진 고객은 다음번에는 일말의 의심 없이 재구매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재품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는 사람의 말이라고 무조건 믿기보다는 그 뒤에 있을 숨겨진 이해관계를 한 번쯤 생각해봐도 늦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미안해서, 관계를 망칠까 봐 아는 사람의 말을 덥석 물었다가는 큰 상처와 후회로 남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속임수의 심리학》은 25년 차 현직 검찰 수사관이 파헤친 사기의 유형과 속임수의 본질을 알아보는 책입니다. 더 이상 호갱님,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올바른 정보를 파악하고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화 <신과 함께>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나쁜 사람은 없어. 나쁜 상황만 있는 거지." 하지만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탑재하지 않는다면 영원한 호구, 감사한 호갱님의 길을 재촉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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