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포이에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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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설가(大說家)가 아니라소설가라서 작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습니다.


네? 이게 무슨 말이죠? 일본의 대문호가 이런 겸손한 이야기를 하다니, 절로 숙연해집니다.

저는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사실 책에 흥미를 가진 계기도 영화죠. 영화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거나 영상에서 풀어내지 못한 캐릭터를 알고 싶어 원작을 읽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책도 영화의 연장선으로 읽었지만 종교는 없어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이끌리듯 읽었던 이유는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영화 <사일런스>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일본 에도시대 기리시탄을 다룹니다. 포르투갈 선교사가 그리스도교를 전파하러 왔다가 무참히 죽습니다.  후미에(예수상이 새겨진 동판)를 밟고 배교한 선교사를 찾아온 젊은 선교사가 신에 대한 물음과 절망을 목도하는데요. 그 고난을 함께 지켜보는 흥미로운 영화이자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원작으로 합니다.

 

 

 © 영화 <사일런스> , 리암 니슨

 

 


《침묵》은 믿음과 신념에 대한 필독서인데요. 무교인 집에도 있을 정도로 꼭 종교가 있어야지만 보는 책은 아닙니다. 그렇게 영화를 통해 소설을 알게 되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섭렵하는 도미노식 탐미를 하다 보니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까지 와버렸습니다.

서두가 좀 길었지만 결론은 영화 <사일런스>를 재미있게 봤거나, 소설  《침묵》을 읽었거나, 엔도 슈사쿠의 글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재미있을 거란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는 비론 종교는 없지만 위의 3가지를  충족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30년도 더 지난 저 강의장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소설가는 인간의 모든 것을 직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중략) 그렇게 쓰면 평범한 작가라도 인간의 어둡고 지저분한 부분을 많이 맛보게 됩니다.


엔도는 종교인이지만 호교하기 위해 소설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종교를 통해 보통 인간을 그리고 싶기 위한 것이지, 그리스도교가 좋은 것이라고 선도하는 글은 쓰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책에는 함께 읽고 이야기할 문학이 등장하는데요. '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스케루》, '그레이엄 그린'의 《사건의 핵심》, '쥘리앵 그린'의 《모이라》,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엔도 슈사쿠'의 《사무라이》, 《침묵》, 《스캔들》에 대해 다룹니다. 다 읽어보면 좋지만 부득이하게 알지 못할 경우, 친절하게 줄거리를 설명해 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 영화 <테레즈 데케루> , 오드리 토트

 



그 사례가 원작은 읽어보지 못했고 4년 전 봤던 '오드리 토투'의 <테레즈 데케루>입니다. 영화 속 그녀는 여자도 모를 여자의 심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던 여인이었습니다. 엔도가 말한 원작 속 테레즈는  훨씬 복잡한 내면과 영화적 각색을 거치지 않은 무의미한 여성이더군요. 이래서 원작을 읽어봐야하나봐요. 독서욕구가 강렬하게 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책은 엔도의 집필 의도, 소설가의 역할, 작품에 관한 뒷이야기를 들여주며 다른 소설을 주제로 인생을 말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당신 마음속 '후미에'를 들춰보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후미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예수상이 새겨진 동판인 후미에를 밟는 것으로 표현되었지만, 본인의 신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 가족애(愛), 자신이 이상이라 여기는 무엇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라면 살기 이해 후미에를 밟을 수 있겠습니까? 작가는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공포와 두려움을 끄집어 내 그것을 배반하더라도 괜찮다고 다독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남루하고 연약한 것이지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끊임없이 신념과 타협해야 하는 일이 일어날 겁니다.

그때마다 소신을 굽혔다고 스트레스받기보단 누구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인간임을 되새기길 바랍니다.실패를 원동력 삼아 조금씩 고쳐가는 일, 평생에 걸쳐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인간의 업(業)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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