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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괜찮은 이유
로만 무라도프 지음, 정영은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것이 쓸데없는 일을 한다거나 헛된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수동적일 수도, 능동적일 수도, 혹은 양쪽 모두일. 수도 있다. 책장 정리는 능동적인 예술적 훈련이 될 수 있다.
메리 루에플은 책을 장르별로 정리할 것이 아니라 책등의 색깔에 따라 정리해볼 것을 제안한다. 삶은 부조리하고 복잡하다. 가끔 삶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삶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고 그 결과로 빚어지는 혼란을 즐기는 것이다. 루에플이 제안한 것처럼 물건을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리해보는 건 확실히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색깔을 더해준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정말 괜찮을까요? 멍 때리지 말라고 주의를 들었던 유년시절과 다르게 멍 때리기를 권유하는 사회. 요즘은 점점 빨라지고 복잡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휴식을 강력하게 설파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는 것! 즉, 허공을 응시하며 가만히 있는 고양이의 무의미함, 하루 종일 잠만 자는듯한 시간 낭비도 배워야 할 일이라는 겁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이 우리를 찾는 기적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매일을 목표만 보고 달리기해온 우리들에게 사색의 즐거움, 내면의 자아와 대화하는 법을 책을 통해 배워볼 수 있죠.
가끔은 새로운 책을 읽는 것보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 낭비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는 같은 책이라도 점심시간에 대강 훑어볼 때와 저녁에 조용히 음미할 때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게 된다고 말합니다. 정말 제가 경험해 본 결과 이 말은 맞습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장기적으로 예술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비생산적인 시간을 허하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개인적으로 최근 20대 때 읽어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30대에 읽어보니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인간은 아침과 저녁의 내가 다를 수도 있고, 10년 전 20년 전 내가 나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텍스트라 하더라도 감동, 분노, 슬퍼하는 지점이 다를 수 있거든요. 나이가 듬에 따라 갖추게 되는 통찰력과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