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을 권리 -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누누 칼러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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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몸은 예뻐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은 삶을 위한 수단이다. 그러니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는 미디어의 장난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은 변했습니다. 선사시대의 조각상을 보면 풍만한 몸매에서 다산과 풍요가 당시 가장 큰 미의 기준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 '삼미신'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크고 탄력 있는 엉덩이 굵은 허벅지로 표현해 비만과 둔함이 동이어가 아님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현대는 콜라병 몸매와 도자기 피부. 큰 눈에 오뚝한 코, 브이라인과 도자기 피부를 가진 여성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말라깽이 모델들이 광고와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고, 체중 강박에 시달리다 병을 얻고 극단적인 선택에 놓인 안타까운 사연을 자주 접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죠.

 

 

미디어는 강박적으로 아름다움을 강요하고, 그 범주에 들지 못한다면 당신은 루저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에이미 슈머)'가 뛰어난 패션 감각과 친화적인 성격을 갖고도 헬스클럽 스피닝에 열중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웹툰 원작 드라마 '내 ID는 강남미인'에서는 성형으로 강남스타일의 미인이 된 '미래'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성장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어딘지 불편함이 동반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저자 '누누 칼러'는  자신 또한 가정, 학교, 직장에서 굉장히 따가운 시선, 말, 댓글을 받고 왜곡된 아름다움을 강요받아왔다고 말합니다. 

여성들이  옥죄어 오는 미의 기준을 과감히 탈피하고 자기 몸을 주시하는 법을 찾고, 미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길 누구보다도 원한다를 말 또한 아끼지 않습니다. 이를 '자기 몸 긍정하기(Body Positive)'라 하는데 현장감 있는 생생한 말맛으로 해방감 드는 독서를 도와줍니다.

일단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마음에 들지 않다고 생각한 내 몸 구석구석을 잘 살피며, 자기혐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저자는 바다에서 만끽하는 모든 일을 사랑하지만 뱃살을 가리고 남의 눈에 의식하는데 정신이 팔려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그러다  순간 내가 이 사람들을 다시 볼 일이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고, 그 후로부터 삶 전체를 바꾸는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내 외모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눈 감고, 칼로리 걱정을 하지 않고 먹으니 뭘 먹어도 맛있었으며, 바닷가 어디에서 놀더라도 살들을 신경 끄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자기고백.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 처럼 자신이 아름답다는 무한 긍정주의에 빠져든다면. 훨씬 행복한 삶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외모가 취업, 승진, 연애 등에 깊게 영향받는 한국 사회에서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사이다 같은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화장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고, 머리 긴 게 불편하다면 과감히 자르면 되는 것.  누구 하나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아 몰랐지만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거울 앞에서 내 외모를 칭찬하고,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을 위한 운동은 자기 의지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 내면의 아름다움뿐만 아닌,  나만의 매력을 찾아가는 유희를 책을 통해 도움받기 충분합니다.

 

 

 
좀 더 심오한 통찰을 원하는 독자는 90년대 이미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현대 신화의 태동에 대해 논한 '나오미 울프'의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21세기 여성의 아름다움의 정체성과 강요된 아름다움의 역사에 대해 도발적인 문장력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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