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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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현대문학 핀(PIN) 시리즈 다섯 번째 소설입니다. 이기호 작가의 촌철살인 스타일에 매료되기 충분한 작품이기도 한데요.  이기호 작가를 처음 만난 건 몇 년 전 누군가의 추천이었습니다. 당시 최순덕 성령 충만기를 권해 읽다가 스스로 다른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사과는 잘해요, 김 박사는 누구인가》 등으로 무한히 뻗어나갔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후  애정 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목양면 교회 방화 사건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설은  취조극 형태를 띠며 총 12편의 증언을 바탕으로 꾸려집니다.  그중에는 하나님도 피해 갈 수 없는데, 나이 ???, 무직이라고 적힌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소설 속 방화 사건에 일말의 책임을 가지고 있으나 직무소홀했다고 판단한  엉뚱한 상상력이 살아 있는 부분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생각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소설은 부제 '욥기 43장'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이기호 작가는 기록적인 폭염이 닥친 올여름, 에어컨 없는 작업실에서 불난 건물 이야기를 쓰며 욥을 이해해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구약성경에서 '욥'은 세 자식을 고통 속에 잃은 후에도 여호와의 이름을 찬송하는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발에 악창(고치기 힘든 부스럼)이 나자 그제야 비로소 하나님을 원망하고 저주하는 인물입니다.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며 작가의 말에 밝히고 있습니다.

소설 속 욥은 몇 천년을 훌쩍 뛰어넘어 목양교회 '최근직 장로'로 빙의돼 현대에 맞게 각색되었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범인은 누구냐고요? 여간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방화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다 보면 놓치게 되는 범인은 일종의 맥거핀이자 극의 전개와 몰입도를 위한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아들 둘과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제2의 인생을 산 최근직 장로의 숨겨진 비밀이 속속들이 드러나는데요. 겉과 속이 다른, 좀처럼 알 수 없었던 그의 사정, 고통스러웠던 삶을 이해하는 현대적 욥의 탄생기라 할만합니다.

 

 
대문학 핀(PIN) 시리즈 중 이기호 작가의 글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번에도 의뭉스러운 독특한 제목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음을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추리 혹은 범죄극 같은 제목에 이끌려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됨에 주의 요망입니다. 형식과 주제를 파괴하는 독보적인 똘기가 소설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다음 핀 시리즈는 정이현, 김금희, 백수련 등 쟁쟁한 작가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 독자들과 마주할 예정인 하나의 시리즈면서도 독립적인 특성을 갖는 핀 시리즈! 소장용으로도 손색없는 한국문학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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