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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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는 평소에도 불합리한 세계에서 살아.
두목이 희다고 하면 까마귀도 흰 거야.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싸우는 거라고.
야쿠자를 이해하려면 그들처럼 불합리한
세계에서 살아야 하는 거야.


소설 《고독한 늑대의 피》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한 동명의 영화로 알게 되었습니다. 비정한 폭력 경찰을 연기한 '야쿠쇼 코지'의 연기가 일품인 영화였는데요. 영상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느낌을 텍스트로 만나볼 수 있는 원작 소설입니다.

히로시마를 근거지로  야쿠자와 결탁한 고독하고 비정한 경찰 '오가미'를 엘리트 신참 '히오카'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이는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이유입니다.  야쿠자와 결탁한  경찰 오가미는 각종 비리와 부정, 폭력과 협박을 서슴지 않으며 불법 정보는 물론 뒷돈을 받아 가며 사건을 해결해 왔죠.

오카미, 넌 야쿠자 삥이나 뜯으면서 살잖아!
밥줄인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고 부끄럽지도 않냐!


때는 1998년 폭력단 대처법 성립 이전 혼란의 히로시마입니다. 폭력단을 끼고 있는 대부 업체의 경리 직원 '우에사와 지로'가 실종되며 사건이 시작됩니다. 사건의 겉모습은 이렇지만 파고들어 갈수록 아쿠자간 이권 다툼과 총격전, 살인 미수 등 엎친 데 덮친 격의 사건들이 촉발되는 상황. 간결하고 빠른 호흡은 독자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제대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건의 혼란 속, 14년 전 미결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 오가미라는 투서가 날아오자 급전환을 맞습니다. 오가미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요?

 

 소설의 가장 공신은 바로 야쿠자 세계의 중재를 담당하는 '오가미'입니다. 정의 구현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경찰은 야쿠자와 결탁하고, 야쿠자 세계에도 상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젠틀한 야쿠자. 어째 상식에서 벗어난 듯한 인물들이 뒤바뀐 운명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오가미는 모든 일에 선과 악, 이분법적 사고를 갖지 않는 사람입니다. 폭력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거라며, 하류인생이라 할지라도 그들만의 세계는 필요악이라고 말합니다. 도무지 오가미의 방식은 신참인 히오카의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죠. 하지만 스스로 고독한 늑대의 피가 되어야만 했던 오가미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히오카는 성장합니다.

하드보일한 추리소설의 진수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열정적인 흥분으로 써 내려간 소설과는 또 다른 맛! 차분히 때를 기다리는 맹수처럼 천천히, 지긋이, 하지만 가속도가 붙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폭주하는 후반부는 쫄깃함 쾌감까지 선사합니다.

 

수컷들의 냉정함과 누아르의 어둡고 거친 삶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에는 반드시 이유가 따른다는 절대불변의 법칙을 확인하는 정통일본범죄소설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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