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 한국 영화에 몇 안 되는 여성주의 감독인 '이경미 감독'에세이 《잘돼가? 무엇이든》. 인생이란 결코 쉽지도 어렵지도 않으며, 어떤 황당한 일이 펼쳐지더라도 당황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단짠단짠 에세이입니다.

책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기록한 짧은 일기를 엮었는데, 앙증맞은 일러스트는 친동생 이경아 씨가 맡았습니다. 에세이 속에도 나오지만 같이 작업은 다시는 안 한다더니, 패밀리 비즈니스의 좋은 점은 이럴 때 발휘되는가 봅니다. 정말 부러운 자매들 유전자 몰빵은 이렇게 대물림되는 건가요.

 

 

《잘돼가? 무엇이든》를 읽으면서 그동안 영화와 인터뷰, GV로 만나본 이경미 감독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계기였는데요. 요가 꾸준히 하고 있는지도 에세이를 통해 알았습니다. 생각보다 털털하고 실수도 많으며, 의외로 완벽하지 않은 허당스러운 이경미 감독에 살짝 입덕하려 합니다. 

여성 감독이 살아남기 힘든  영화계에서 여성주의 감독, 여성 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껏 가드를 올린 채 어디서 날아들어올지 모를 펀치에 예민한 촉을 세우고, 매일 전투태세를 준비해야 하는 전쟁 같은 날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못나서 폐를 끼쳤을 직장 동료들에게 뒤늦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잘돼가> 무엇이든>의 '희진 씨'를 만들었고, 짝사랑에 실패한 나에게 '제발 너 자신을 부끄러워 하지마!'라고 다짐하며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처럼 이기적인 사람에게도 모성애가 있을까?라는 두려움에서 <비밀은 없다>의 '연홍'을 만들었다.


특히  '포스트 박찬욱'이란 꼬리표답게 박찬욱 감독과의 소소한 일화가 많은데요. 뒤늦게 들어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 단편 <잘돼가? 무엇이든>이 호평을 받으며 당시 심사위원이던 박찬욱 감독에 눈에 들어 <친절한 금자씨>의 스트립터를 시작으로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은 <미쓰 홍당무>로 화려한 입봉을 합니다.

 

 

 


그리고 최근 8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영화 <비밀은 없다>로 불모지다시피한 파괴적인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죠. 영화 <비밀은 없다>는 앞 전 <여교사>의 서브플롯을 발전시켜 만들었다고 하는데, 가제는 <행복이 가득한 집>이란 아이러니한 제목이었다고 밝힌 적 있습니다. 이경미 감독뿐만 아닌 영화계의 일화도 담겨있어 영화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에세이라고나 할까요.

 


좀 더 사적이고 농밀한 이야기는 책 속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 속에는 길티플레져일법한 애잔보스터지는 에피소드도 가득한데, 혼자 지하철에서 읽다가 킥킥되는 통에 부끄러워서 혼났습니다. 창작인이 세상에 내 놓아아햘 창작물, 그 고뇌와 고통을 알기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로만 알던 이경미 감독의 솔직한 화법에 매료되었다고나 할까요.

 

 


《잘돼가?무엇이든》 비밀노트를 받았는데, 요가하는 일러스트가 너무 귀여운거에요. 책과 노트 곳곳에 자리잡은 캐릭터가 꼭 나 같아서 찌잉~.

오늘도 무엇이든 잘돼가는 하루가 되길 기원하며! 뻘짓하고 서툴러도 괜찮다는,  행복해지는 주문을 스스로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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