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작가 '존 그린'의 신작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세균으로 인해 언젠가 죽을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주인공 '에이자'를 통해 또 한번 아픈 소녀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존 그린의 소설 속 등장인물은 소녀, 소년이 많은데요. 몸은 자랐으나 마음만을 자라고 싶지 않은 '피터팬 증후군'을 앓고 있지 않나 살짝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무언가를 갖지 못한 소외된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언제나 소재로 쓰니까 말입니다.

​"엄지손톱으로 손끝을 누르는 습관은 내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어릴 때 엄마는 꼬집어서 잠이 깨지 않으면 꿈이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내가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손톱으로 손끝을 눌렀고, 고통이 느껴지면 잠시나마 내가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실존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강박적으로 반창고를 갈고, 겨우 아문 상처에 생채기 내기를 반복하는 에이자는 둘 도 없는 친구 데이지와 한 사건을 파헤치고자 합니다. 바로 부자 위의 부자 '러셀 피킷'의 실종으로 건 현상금 10만 달러를 찾기 위한 현상금 사냥꾼이 되기로 한 것.

하지만 그의  아들이 어릴 적 친구 '데이비드'였음을 알고, 적당히 돈을 받고 데이지와 손 떼기로 합니다. 하지만 어릴 적 친분은 둘 사이의 호감으로 발전하고, 누구와도 접촉을 꺼려 하던 에이자가 데이비드와 키스까지 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갑니다.

땀이 나는 체질을 증오하고 자신의 몸뚱이는 저주받았다고 생각하는 에이자는 몸 구석구석을 좋아해 주는 데이비드를 만나 상처를 극복합니다. 즉  이런 바보 같은 나도 사랑해 줄 가치가 있음을 뜻하는 자기애(愛)가 생기는데요.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고 가족과 우정의 소중함도 깨닫는 지친 현대인을 위한 소설입니다.  


에이자(Aza)의 이름은 알파벳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우른 세상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음을 바라는 아빠의 염원이 들어간 이름입니다. 불안장애, 강박증, 결벽증, 편집증, 우울증, 과대망상 등 누구라도 조금씩 나타나는 현대병을 에이자는 조금 깊에 알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나약하고 존재감 없는 에이자가 멋진 남자친구도 사귀고 정신적 강박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치료제가 됩니다. ​2차 성징과 감정적으로 혼란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기에 닥친 시련은 성숙한 어른이 되는 길을 방해하죠. 조금 더 어른들이 앞장서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보호, 애정을 쏟아야겠단 다짐을 해보는 소설입니다.

 

 

사실 제목인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라는 말과 나선형 소용돌이는 끊임없이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에이자의 바람, 나아가 현대인의 고민입니다. SNS를 통해 '나 여기 있어요! 관심받고 싶어요!'를 외치는,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을 비유한 역설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재림>에 나오는 '점점 넓어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빙빙 돌다 보니'라는 구절을 인용한 은유입니다.

 

그래서 현상금이 걸린 '러셀 피킷'은 찾았냐고요? 글쎄요. 그는 일종의 맥거핀입니다. 독자들의 관심을 돌리고 이야기의 힘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로 사실상 큰 의미는 없는 존재일 확률이 큽니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하이틴 로맨스, 성장 소설을 탈을 쓴 심오한 철학과 문학적 은유, 비유가 가득한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청소년일 뿐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병적인 현대인의 표상의 기록입니다. 책을 통해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님을, 세상은 나 말고 비슷한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전쟁터임을 확인하는 안도의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속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는지, 오늘 하루 반추해 보는 건 어떨까요? 느리고 의미 없어 보여도 우리 마음속에 들어 있는 거북이처럼  매일 조금씩 나아감으로써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내일. 작지만 큰 의미가 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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