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 -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 클래식 클라우드 4
김한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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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깊게 알아보기를 지향하는 인문기행 프로젝트 '클래식 클라우드'는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을 뽑아 총 12개국 154개 도시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중 처음 만났던 사람은 오스트리아 빈의 '클림트'이었는데요. 매우 흥미로운 접근법과 지적충만 여행이 작가와 함께 클림트를 만나고 온 듯한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깊게 매료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어느덧 두 번째 작가, 포르투갈 리스본을 근거지 삼은 '페르난도 페소아'로 옮겨와 '한 사람과 도시'를 체험하는 독서 여행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페소아는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작가였습니다. '리스본'이 포르투갈의 도시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리스본은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로만 알았던 참 무지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  하나하나 알아가는 멋진 독서였습니다.

페소아는 리스본에서 태어나 30여 년간 평생을 리스본에서 살았습니다. 4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생의 유일한 연인 '오펠리아'를 만나고, 잡지 『오르페우』를 만들며 문인으로서 창작욕을 불태웁니다.

 

 『오르페우』는 넉 달여 동안 유통되다 단명한 두 권짜리 잡지지만 '오르페우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포르투갈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무엇보다도 페소아를 이루는 수많은 이명(異名)을 만들어 간 중요한 시기입니다. 문체와 정체성이 서로 다른 문학적 캐릭터들을 수십 명이나 창조해 그들의 이름으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친, '필명(가명)'으로 문학을 만든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입니다.

간혹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란 필명으로 쓴 책이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인해  11개의 가명으로 활동하던 '달튼 트럼보'와는 차원이 다른 행동. 영화 <23 아이덴티티>의 주인공이 떠오르데요. 한 몸 안의 다중인격은 각각의 성격과 스타일로 문학에 큰 일조를 하게 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연보다 필연 같아 보입니다. '페소아'는 포르투갈어로 사람을 뜻하고, 그 어원인 페르소나가 가면을 뜻한다는 점, 문학적 정체성이 여럿인 사람이 '페소아'란 성을 가진 것은 '페르손느(personne)'인 프랑스어 '아무도 없음(nobody)'를 뜻한다는 일치성이 매력의 깊이를 더합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몸에는 누구의 영혼을 언제 어느 때가 들어올 수 있는 공유성을 갖는지도 모르죠.

 

 

페소아는 하나로 규정되는 정체성을 스스로 거부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 천재 작가입니다. 또한 삶에 있어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내 안의 수많은 '나'를 해방시키는 자유를 만끽할 것을 권고하죠. 그는 살아생전 70여 명이 넘는 문학적 캐릭터를 만들어 활동 했으며 연인에게 조차 이명으로 편지를 보내는 등 독특한 삶을 체화했습니다.


​또 하나! 페소아를 이해하기 위해 읽지만 정착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안의 책》은 1913년부터 시작해 8년간의 공백을 갖지만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게 되죠. 《불안의 책》은 이명 중 하나인 '베르나르두 수아르스'의 일기 형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페소아의 작품입니다.

"풍경이 풍경이 되는 것은 우리 안에서다. 그러므로 내가 풍경을 상상하면, 풍경을 만들어낸다. 만들어내면, 존재한다. 존재하면, 그것을 다른 풍경을 보듯이 볼 수 있다. 그러니 왜 여행을 가겠는가? (중략) 여행이란 결국 여행자 자신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가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존재다. "

-​《불안의 책》 중에서-


그는 고독한 탐미자로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며 여행은 경멸했습니다. 여행은 느낄 줄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여행 보냄으로써 상상 속 여행, '가상 여행'을 즐기기도 했죠. 아마 페소아는 세계를 호령하던 포르투갈의 하향길을 정면으로 체득한 세대로 자신의 삶 또한 몰락하고 있다는 우울증에 빠졌을지도 모르며, 오히려 못내 아쉬워 더욱더 역정내지 않았을까란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클래식 클라우드'는 시대의 거장 발견하는 새로운 즐거움과 팩트체크, 무한 상상력을 동원한 인문학 여행입니다.  페소아의 일생을 시간상, 에피소드 별로 편집하지 않고 오로지 그를 대표하는 키워드와  애정으로 필터링 한  따스한 시선으로 담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페소아라는 작가를 몰랐던 독자에게 페소아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페소아  생애와 문학의 공간, 그를 표현한 키워드, 결정적 장면, 포르투갈에 살면서 담은 사진과 페소아의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객체로서의 오롯한 지적 유희를 즐 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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