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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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룬 소설 《침묵》(영화 제목 '사일런스')의 엔도 슈사쿠가 동물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니 믿어지세요? 전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어떤 동물을 다룰지 짐작조차 가지 않은 스타일의 에세이라 분홍분홍한 표지와 함께 의문은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오랫동안 인류의 친구였던 동물들에 대한  엉뚱하고 따뜻한 추억기 가득한 에세이니까요. 파브르 곤충기》못지 않은 엔도 슈사쿠만의 관찰력과 상상력이 피식거리는 웃음, 황당한 감정을 갖게 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책에는 개, 고양이, 원숭이, 너구리, 새, 판다, 송사리, , 사슴 등 다양한 동물들에 관한 관찰기가 애정 어린 시각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해 정확한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엔도 슈사쿠는 제멋대로 동물의 말을 지어내 웃음을 자아냅니다. 어릴 적 함께 지내다 헤어진 검둥이,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여성 속옷을 물어와 난감하게 했던 난봉꾼 시바견 먹보, 그런 먹보를 자식처럼, 애인처럼 언제나 품어주는 착한 심성 흰둥이, 안경을 쓴 듯한 얼굴의 들개 '선생' 등 개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가을 저물 때

똥 누는 강아지의

서글픈 얼굴



개를 키워보신 분은 완전히 공감할 내용들이 수두룩. 산책할 때 개가 일보는 표정은 귀여우면서도 삶의 아이러니는 집약한 복잡 미묘한 얼굴이죠. 정말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데요. 엔도 슈사쿠는 일상의 상황도 포착해 하이쿠를 (5.7.5 17음 형식으로 이루어진 일본 고유의 전통시) 짓습니다.


"전생은 비둘기, 다음 생에는 사슴,

다시 태어나서 뵙겠습니다."


어릴 적 외로움을 달래 준 첫 느낌, 검둥이 때문에 동물을 향한 각별한 애정이 생긴 엔도 슈사쿠는 이후에도  기쁘고, 슬펐던 추억을 더듬으며 반려동물 이상의 사랑을 느낍니다.

특별한 인연의 동물들은 엔도 슈사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자신이 받은 수술 이후 대신해 죽었다고 생각하는 구관조, 어릴 적 말벗 이상의 우정을 나눈 검둥이, 프랑스 유학 시절 만난 원숭이(훗날 한 동물학자는 그 원숭이가 엔도 슈사쿠를 사랑했을 것이란 말을 함) 등 힘든 시절마다 힘이 되어준 동물의 존재를 유머러스함과 깊은 통찰력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신선한 에세이입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이 무색해지리만큼 오늘날 우리는 각박한 현실에 찌들어 동물과 만날 시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집에 아이들이 있다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라는 엔도 슈사쿠의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도 슈사쿠의 말대로 어린 시절 개를 보살피거나 개와 놀거나 개와 친구가 되는 일은 여러 가지 자질을 눈에 보이는 형태를 키우는 참교육의 일환이라는 것.  책에서 배우는 지식보다 동물을 쓰다듬고 눈을 맞추며 알아가는 일이 어쩌면 아이들의 미래의 더 큰 영향을 주는 첫걸음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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