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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620/pimg_7650201491935216.jpg)
젊은 층에게는 <리틀 포레스트> 열풍으로 시골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취업난과 사회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귀농을 꿈꾸며 시골로 모여들기도 하는데요. 작은 농촌을 배경으로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입담을 녹여냈다고 평가받는 김종광의 소설집이 8년 만에 나왔습니다.
걸쭉한 사투리와 노인들의 엉뚱한 행동은 웃음을 자아내는데요. 소설 속 농촌은 노인들만 가득한 죽어가는 공간일 것이란 편견을 깬, 적절한 활기와 때론 위태로운(?) 일들도 벌어지는, 소박한 일상임을 되짚어보는 삶의 현장입니다.
-추우면 추워서 안 되고 더우면 더워서 안 되고?먼지 많아도 안 되고 바람 많이 불어도 안되고 비 맞아도 안 되고 딱 이맘때밖에 없어요.
-뭐라는 겨!
-놀러 가자고요!
총 아홉 편의 소설들 중 표제작 '놀러 가자고요'는 노인회장 김사또의 아내 오지랖이 동네 사람들에게 놀러 가자는 전화를 돌리면서 시작합니다. 이래서 못 가고 저래서 못 가는 사정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사람, 보청기를 껴도 잘 안 들린다며 단전에서 끌어올리는 포호에도 대화가 안되는 사람, 무릎이 아파서 도저히 힘들겠다는 사람, 갈 것처럼 말해놓고 결국 못 간다는 결론을 뒤에 하는 사람(이래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구구절절 거절하는 사연들을 마주하다 보니 읽는 사람까지 진이 빠지지 뭡니까.
그렇게 힘들게 남편을 도와줘 봤자 인정받지 못하는 오지랖의 속내는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마치, 돼지갈비를 끓이는'김사또'편의 솥처럼 말이죠. 이 부분은 '김사또'편에 장황하게 전개되는데요. 낮 12시 저녁 6시 밥시간을 칼같이하는 우리 동네 노인회장 김사또가 밥때도 마다하고 얻어온 돼지갈비를 향한 고군분투가 익살스럽게 전개됩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620/pimg_7650201491935217.jpg)
소설집 한 편과 한 편의 소설들은 큰 테두리 안에서 연결성을 갖습니다. 여러 단편을 모아 놓은 한 작가의 소설집이 틀을 파괴하는 구성으로 '범골'이란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적절한 유머와 물 흐르듯 한 전개 방식이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말끔히 씻어내는 여유로움도 보여주는데요. 노령화와 탈농촌화로 더욱 증가되는 노년 인구를 꼰대, 노친네, 늙은이란 부정적인 언어보다 인생 선배, 노익장, 어르신 등 긍정적인 언어로 승화할 수 있는 지혜와 해학의 삶을 소설 속에 녹아 냈습니다.
김종광 작가의 《놀러 가자고요》는 우리네 부모님의 알 수 없는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았습니다. 자식에게 폐 끼치기 싫어 다 괜찮다, 하나도 안 아프다를 입에 달고 사시는 부모님. 오늘 안부 인사 들여봐야겠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현역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어르신들의 연륜이야말로 우리의 역사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테니까요.
마치 근대 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가 새로운 소설입니다. 올해 출판된 소설이 맞나 몇 번이도 출판 년도를 뒤적거렸으니까요. 사라져가는 농촌의 모습, 정겨운 풍경과 정(情), 각박한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옛 정취와 향수를 들려주는 작품입니다. 오래된 가치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