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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행복일까요? 나이 듦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에게 '매트 헤이그'의 《시간을 멈추는 법》은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에너제리아(본인들은 앨버트로스라 부름,
옛날 사람들이 장수하는 동물로 앨버트로스를 여겼기 때문)'라는 일종의 병은 일반인에 비해 15배 정도 느리게 늙어가는 통에 17세기 사람인 톰의
실제 나이 439살이 믿기지 않을 마흔의 겉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보아온 톰은 이제 런던에서 평범한 역사교사로의
삶을 살고자 합니다. 단 하나의 사랑이었던 '로즈'와 온맘 다해 사랑해주셨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톰은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더 굳건히
하게 됩니다. 그의 존재 자체인 찾고 싶었던 딸 '매리언'을 만나야 한다는 희망을 내려놓지 않고 말이죠.
하지만 거기서 만난 프랑스 선생
'카미유'는 몇 백 년간 닫았던 마음의 문을 자꾸만 두드립니다.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을 가장 큰 규칙으로 내세운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의
금기사항을 톰은 지킬 수 있을지 흥미로운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오래
살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순간을 붙잡는 것. 각 순간들이 도착하는 즉시, 과거와 미래가 아닌 무엇인가에 갇혀 사는 것. 이곳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 "
이들에게는 오래 살아왔다는 것이 축복이
아닌 치명적인 재앙이 되기도 하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속수무책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입장을 수백 번 겪었기 때문일 겁니다. 때문에 이들은
사랑에 빠지지만 안된다는 중요한 원칙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생에
유일한 참사람이라니. 달콤하게 들리지만 현실은 공포 그 자체다. 사랑이 가고 남겨진 압도적인 외로움.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 후에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하는 운명. 내 유일한 삶의 이유는 로즈였다."
이 소설은 400년을 넘게 산 톰이 다양한
시대, 다양한 나라를 오가며 지내는 에피소드와 만나는 역사적 인물을 따라가는 재미가 살아있습니다. 서서히 늙어가는 앨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거울을 들여다보다 생겨버린 새치 한 가닥에 희열을 느끼는 모습은 압권 중에 압권!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처럼 스콧 미츠
제럴드와 젤다를 직접 만나 말을 섞고, 철강왕 카네기도 직접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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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수없이 진화해 온 인간 문명을 고스란히
지켜봐왔던 애어른 톰, 그 긴 시간 욕 나오는 순간도 참아가며 고대하고 기대하던 딸 매리언을 만나게 될까요? 과연 사랑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소설은 시간과 사랑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캐스팅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대입해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로써 베니는 인생 캐릭터를 하나 더 얻어 갈 겁니다. 빨리 영화화되었으면 좋겠네요. 뭐 워낙 바쁜 베니의
스케줄을 고려하면 더 기다려야 할 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