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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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뉴욕타임스 북 리뷰 최고의 범죄소설이자 2016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화제작 《밤의 동물원》을 가제본으로 읽었습니다. 표지가 지금과 약간 바뀐 거 같은데 싸늘한 한 밤의 공포와 추격전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소설은 폐장시간 동물원에서 벌어진 공포의 인간 사냥을 토대로 모성이란 진한 감정과 범죄 스릴러의 페이지 터너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습니다. 듣던 대로 쫄깃하고 강렬하게 따라오는 무엇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기에 급급했던 소설입니다.


폐장 시간이 가까워지는 늦은 오후, 갑자기 들리는 빵 하는 소리! 엄마 조앤은 본능적으로 위험에 처해있음을 직감하고 출구를 향해 빠르게 향합니다. 하지만 가는 도중 출구는 봉쇄되어버리고, 어쩔 수 없이 동물 우리에 숨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그렇다고 마냥 숨어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 보지만 별 성과는 없습니다.



《밤의 동물원》은  한 번쯤 가본적 있는 익숙한 장소 '동물원'을 한순간에 공포의 현장으로 바꾸어버립니다. 익숙한 장소에서 느끼는 살기, 그곳에서 오는 충격과 두려움. 아이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엄마는 현실 슈퍼히어로가 됩니다.

"녹색 크립토나이트." 그가 명확히 밝힌다.

"《둠 인 어 튜브》랑 《지구 정복자 스크래그》처럼."

"엄마는 스크래그 게 좋더라."


아이가 턱을 치켜들고 어깨를 쭉 펴기 전부터

그녀는 표정 변화를 알아챈다.

아이는 반항심에 휩싸여 있다.


​엄마는 아이가 좋아하는 슈퍼히어로의 말투, 상황극에도 적절히 대처하며 지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도록  페이스 유지를 돕는데요. 긴박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기지가 지혜롭고도 재미있습니다.



오직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엄마의 모성은 괴한의 살인 충동보다 더 폭발적으로 발현됩니다.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는 괴한의 추적에서 온갖 꼼수와 상황 대처능력을 통해 아들을 지켜내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 같기도 합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남편은 1도 도움이 되지 않고, 조앤 혼자서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엄마 혹은 여성에게 묘한 쾌감을 불러옵니다.



"아이가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두 손을 빼낸다. 그러자 그녀는 두 손으로 아이의 손을 붙들고서 자기 몸으로 아이를 감싼다. 뼛속까지 춥지만 이렇게까지 안도감이 든 적도 없었던 것 같다. "


결혼과 육아, 생존을 위협받는 캐릭터의 다각화된 심리 변화는 마치 그 시각 동물원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긴장감과 흥분을 갖게 합니다. 캐릭터가 숨죽이면 독자 또한 숨을 작게 쉬고, 아이를 업고 달리면 독자 또한 숨 가쁘게 쫓아가기 힘겨웠습니다.


슈퍼히어로를 동경하는 아들 링컨에게 필요한 건 현실판 엄마 히어로였습니다.  나약한 여성이 무장 괴한을 상대하는 일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라 믿었었는데요. 실제로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의 힘, 현실의 엄마 히어로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소설입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이 소설을 권하며, 점차 성장하는 캐릭터의 힘을 느껴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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