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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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노마 할머니가 암 진단을  받은 후 2015년  8월부터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 반려견 링고와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미국 횡단 여행을 적은 책입니다. 이들의 여행기는 블로그에 틈틈이 남겨졌고,  댓글 응원에 힘입어  지속할 수 있었는데요.  노마 할머니는 2016년 9월 30일  91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1년 동안 32개 주 75 개 도시를 다녔으며, 팀과 라미는 방랑벽을 주체하지 못하고 현재도 이동 주택을 타고 여행 중입니다.


​팀과 라미는 젊은 나이에 가족을 잃은 경험과 방랑벽이란 공통점을 갖고 함께 여행길에 오릅니다. 물질적 욕구와 재정 문제, 가족이란 부담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는 제일 큰 공통점을 가지고 말이죠. 그때 터득한 것은 전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물이 얼마나 귀한 자원인지를 깨닫는 일이었습니다. 

길 위에서 사는 일은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생각나게 했고, 그때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했으며,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에 종종 지연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을 얻었습니다.

 

​"아흔 살이라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야!"


​하지만 점점 노쇠해지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커지던 날,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엄마마저 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얻게 된 두 사람.  병원에 있다면 수술과 약물로 생명을 조금 연장할 수는 있겠지만  남은 인생을 즐길 수 없는 도박과도 같은 선택!

어머니는 치료 대신 자식들과 캠핑카를 타고 미국 일주에 합류합니다. 고통과 두려움이 앞서는 결심을 그것도 아흔 살인 어머니가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경험을 통해 기존의 약제가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해가 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엄마는 지금 죽어가고 있었고, 치료를 받는 대신 모험을 선택했다. 본인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부모와 자식 관계라고 해도 엄마 노마와 팀은 서로 독립적으로 살아온 생활을 잠시 접고 길 위에서는 협력해야 합니다. 엄마는 오랫동안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온 강인한 여성이었죠. 경제적 어려움, 전쟁, 불임, 자식과 남편을 먼저 보낸 버라이어티 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엄마가 믿는 사람이 자신이란 생각이 들자 팀은 더욱더 이 여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겠단 의지가 생겼습니다.

여행은 계획과 무관한 순간의 스릴과 허망함은 롤러코스터 같았습니다. 일 년에 단 하루를 개방하는 인디언 마을을 방문해 보고,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대마초 원료의 진통제 크림도 약 대신 발라보기도 하고, 열기구를 타며 하늘에서 내려다 보기도 했으며, 우스꽝스러운 조형물과 멋지게 사진도 찍어보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죠.

팀과 라미는 여행을 통한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며 부모와 자식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억만금의 추억을 갖게 되었고, 행복한 채로 죽음에 한 발씩 다가간 엄마를 보내주었습니다. 후회 없는 삶을 선택한 팀과 라미, 노마 할머니의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자유로운 여생을 보내길 원한 미스 노마. 아흔 살이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인생의 여행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부럽다는 생각을 읽으면서 내내 했습니다. 일과 집에 얽매여 당장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기 충분합니다. 나도 생의 마지막이 온다면 저런 결단이 가능할까?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차가운 병실에서 맞이하는 쓸쓸한 죽음보다 사랑하는 자식과 여행하며 보낸 행복한 죽음 여행이  노마에게 큰 선물이 되었을 겁니다. 살아 있음을 온전히 느끼는 희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도 언젠가는 꿈꿔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입니다.

 

책을 읽으며 먹고살기 바빠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처음부터 부모님은 아니었을 당신,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꿈은 접어 둔지 오래겠지요. 오늘은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해보는 건 어떨까요? 괜찮다, 아니라고 말할 줄밖에 모르는  부모님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 드라이빙 미스노마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rivingMissNo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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