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시차
룬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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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타인을 평가하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기 위한 것.


 

인터뷰 웹진 <더콤마에이>의 작가 룬아 사진 에세이 《사적인 시차》. '우리는 다르고 닮았다'라는 이중적인 부제로 호기심을 부릅니다. 에세이는 인터뷰어인 룬아, 자신에게  묻고 답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린 시절 남미에서 크며 자유로움을 만끽했고, 디자이너로 회사를 다니다 유학을 떠났고, 남편을 만나고 인터뷰 작가가 되기까지. 일상과, 나, 한계, 일, 여행 등을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나와 당신 사이에는 미묘한 시차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다르고도 닮아서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마주치고 만다."


 

'사적인 시차'는 남편과의 생활이 약간의 시간차가 나는 것을 표현한 제목입니다. 아침형 인간인 남편과 야행성인 자신에게는 시차가 발생하는데, 타인과 나와의 간극을 시차로 정의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시차는 점차 그곳에 적응해 가면서 극복할 수 있는 일이지요.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맺는 일도 처음에는 삐걱거리다가 점차 편안함과 안정을 찾아가는 시차 적응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관계는 더치페이가 아니다. 꺼내는 마음이 정확히 반반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못내 서운해지는 마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마음이 더 큰 약자는, 혼자인 시간에 상대방을 생각한다. 둘의 시간을 곱씹어 보고 무슨 실수를 하진 않았는지, 어째서 더 친해질 수 없는지 고민한다. 그러고 나면 달라진 것도 없는데 어째 더 멀어진 기분이 든다. 생각이 쌓일수록 어색하고 어렵다."


 

인터뷰를 한다는 자체는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일입니다. 나와 다른 타인과 친해지는 일은 감정의 동요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인데요.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은 업무가 아닌, 관계라는 말이 있듯. 차분히, 곰곰이 관계의 정의를 생각해 보기 좋은 문구입니다.

 

클릭 한 번으로 친구가 되는 세상, 실제로 마음이 오고 가는 일은  쉽지 만은 않아 오늘도  힘들고 괴로움이 커지는 것이겠죠. 가장 중요한 건 일과 삶에 대한 코드라고 말하는 삶의 태도. 룬아 작가는 현재에 안주하는 길을 떠나,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즐겁게 가치를 즐기는 일을 찾는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취향, 코드는 여간해서 맞추기 어려운 거니까요.

 

《사적인 시차》는 오랫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인터뷰한 룬아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직접 찍은 빈티지한 사진과 일, 생활, 생각을 정리한 글맛이 이국적인 정취를 갖게 하는데요. 마치 햇살 좋은 유럽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인터뷰어로, 작가로서의 꿈을 꾸는 사람, 룬아 작가의 일상이 궁금하거나,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혀주길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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