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평점 :
“엄마라는 무게 앞에 흔들릴 때마다
시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습니다.”
문득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라는 CF의 카피가 생각나는 책을 만났습니다. 독박 육아, 경력단절 앞에서 우는 엄마들. 내 자식을 키우는 일인데도 찾아오는 피로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떠나보낼 수만 있다면 돈을 주고서라도 멀리하고 싶은 일입니다.
20만 독자를 감동하게 한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의 후속작 같은 《시 읽는 엄마》는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신현림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매 순간 흔들리는 감정 앞에서 세상 모든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38선은 문학이 해줄 수 있는 따스한 위로가 됩니다.
백석, 샬럿 브론테, 헤르만 헤세, 칼릴 지브란 등 잘 알려진 국내외 시인부터 알려지지 않은 시인을 알아가기 좋은 책입니다.
그저 그렇게 사는
멋모르고 흘러가다 몸이 닿는 바위에 붙어 사는
홍합이나 물의 흐름에 따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멸치나 밀물 따라 들어왔다 그물에 갇힌 꼴뚜기나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는 외톨이 된 집을 붙들고 사는 달팽이나
할 일 끝나고 이불 속에서 푹 처진 그놈이나 그저 그렇게 사는
-이위발-
모두가 잠든 새벽녘, 아이와 함께 읽어보는 하루 한 시. 저도 딸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시가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아이 보는 시간에 쫓겨 일분일초가 전쟁인 거 늘 시를 읽는다는 사치를 누려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하지 말고 일단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시는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해 압축과 상징의 문학이기 때문에 짧고 간결함이 어느 문학보다 우위에 있죠. 시란 한 번 읽어서 완전한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 입안에서 굴리고 곱씹어 보다 보면 이해하는 때가 찾아오는 신비의 문학이기도 합니다.
엄마라는 무게에 눌려 자신을 읽어버리고 있다면 시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밀려오는 잠을 쪼개 읽고 생각한 시간이 훗날 여러분의 인생을 꽃피울 밑거름이 되는 날이 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