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각하느라 꽃을 피웠을 뿐이에요
나태주 엮음, 한아롱 그림 / 니들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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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을 시'라 했습니다. 짧은 언어, 압축된 감정이 모인 문학의 정수지만 읽는 이에게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냥 텍스트일 뿐 시라고 할 수 없는데요. 인생도 어느 부분을 강조하고 끊을지, 압축하고 풀어 내야 할 부분을 조율하는 시인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나태주 시인은 봄을 인생이라 하였습니다. 이 책에 실린 시편들은 말들이 만든 그대를 위한 꽃다발이라고 했죠. 우리 모두 인생의 봄 앞에 기뻐하고 고마워해보는 건 어떨지, 책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책 속에는 봄과 사랑에 관란 시 100선이 계절과 인생의 찬란함을 앞다투어 뽐내고 있습니다.

 

삼월, 에밀리 디킨슨

 

삼월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오랫동안 기다렸거든요.

모자는 자리에 내려놓으시지요.

아마도 걸어오셨나 봐요.

그렇게 삼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아, 삼월님, 바로 저랑 2층으로 가시지요.

밀린 얘기, 하고 싶은 얘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답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여성으로서 참아야 하는 모욕과 무시를 견디며 평생 시를 쓰다 병을 얻었습니다. 애증 했던 종교를 주제로 영혼의 울림을 갖는 시를 많이 남겼는데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모든 것이 선택이 아닌 결정된 것에 따라야 하는 여성의 삶을 저항하다시피 살다간 '에밀리 디킨슨'을 떠올리며 읽었던 시가 '삼월'입니다.

자연과 사랑, 영화 <조용한 열정>에서 보여주었던 강직함과 유연함, 이 상반된 모습이 꽃 잎의 마지막이 달려 있는 모습처럼 위태롭고 찬란하게 보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다른, 깊은 마음이 커지는 시. 나태주 시인이 고른 100편의 시가 한아롱 화가의 수묵담채화와 만나 감성을 자극합니다. 에밀리 디킨슨, 윌리엄 워즈워스, 조르주 상드, 윤동주, 괴테 등 당대 최고의 시인들의 시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 시 문학의 교양을 쌓고 싶은 분에게 권합니다. ​소중한 분들에게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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