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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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는 가장 풍족하게 자라왔지만  가장 가난하게 살 확이 높은 세대입니다. 대학에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던 시절의 부모 세대는 밥 굶지 않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마음껏 누리며 자라온 세대에게 너무 열심히 하면 이루어질 거야라는 시대착오적인 조언을 하곤 하죠.


 

이들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해야 하며, 취업했다고 해도 오래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를뿐더러,  2년 후가 보장되지 않는 계약직을 전전하는 고달픈 배짱이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개미처럼 일해도 배짱 이처럼 놀고먹어도 어차피 모두가 어려운 상황,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목표 없는 삶은 무의미한 것처럼 여겨진다.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꼼꼼하게 세우고 그것을 하나씩 달성해 가는 인생만이 건전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칭송받는다. 물론 치밀함 속에서 안정을 찾고 무언가를 달성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으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나는 목표를 없애고 나서야 행복해졌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는 평범한 직딩 유정아 씨의 에세이입니다. 모두가 하는 결혼, 취업, 내 집 장만, 육아 등이 좀 늦거나 못해도 괜찮다고, 가성비와 저렴이를 찾아 오늘을 버티는 삶도 의미 있다고 다독입니다.

남의 성공을 자격지심 때문에 시기하고, 직장에서 뒤통수만 봐도 싫은 사람을 미워하고, 무턱대고 남을 비판하는 행동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나만 억울한 것 같아 지질한 청춘이라면. 인생을 살면서 겪는  공통분모를 시시한 사람이 해서 더 특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내 인생이 평범함을 넘어 시시하고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아마 사회가 요구하는 커트라인에  맞춰가려다 생기는 오류이지 싶습니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그 정도 전진했으면 괜찮은, 오류를 쌓으면 쌓아갈수록 제대로 된 취향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 인생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지는 실패의 결과물이니까요.
 

아프니까 청춘이고, 좀 더 치열하게 살지 않아 허락된 삶이 고작 이거라는 말. 성공하지 않았다면 시시한 인생일까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어서 스스로 포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한데, 취향이나 작은 행복도 누구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그저 그런'인생이 가장 나쁜 거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일들을 붙잡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하며 별 볼일 없이 살게 된다고. 그리곤 언제나 덧붙였다.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애니까, 노력만 하면 돼.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최선을 다하면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이 응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격려는 부모들이 자식을 보며 가장 흔히 가지는 믿음 중 하나였고, 나는 그 믿음들의 수만큼이나 평범했다. "

 

작가의 말마따나 사람들은 이미 아는 맛을 어느 점포에서도 똑같이 적용받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이용하고, 베스트셀러 상품만 팔리고, 유행을 따르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가성비 높은 삶'을 최고로 꼽고 있습니다. 이에 작가는 허리띠를 졸라매어 더 아끼며 살자는 다짐보다 소비에 실패할 여유를 찾으라고 조언하는데요.  

 

ⓒ 영화 <소공녀>.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다고 말하는 미소.

 

영화 <소공녀>는 집도 절도 없는 미소가 담배와 위스키란 취향을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을 스스로 선택합니다. 사회가 만들어 낸 가치를 소비하는 것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자신에게 여유를 주는 숨통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내 이야기처럼 공감 가는 건 왜일까요. 시시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고군분투 속에서 쌓은 경험이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주일간 고생한 나에게 위로의 보상이 필요한 주말입니다. 누군가 내 삶이 시시하다고, 어정쩡한 인생이라고 말하더라도  본인이 충분히 즐기면 그만입니다. 자괴감에 빠지고 포기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까운 행복을 찾은 당신이란 사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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