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완벽한 우리집에 보이지 않는 균열, 반전의 반전이 매력적인 소설

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전 국민의 아파트에 살다시피하는 대한민국에서 마당이 있는 집은 꿈이자, 부의 상징입니다. 앞 마당에서 바비큐를 해 먹고,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놀아도 되는, 나만의 정원을 가꾸며 리틀 포레스트가 되기에도 그만.  일종의 특권을 가진 주란,

어느 날 그 마당에서 시체 냄새가 나며 남부럽지 않은 행복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나는 나를 믿으면 안 된다. 내가 의논하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다. 근데 남편을 믿어도 될까?” (주란)

“나는 알고 있었다. 남편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는 남편에게 약자이자 패배자여야만 했다.” (상은)

소설 ​《마당이 있는 집》은 단편영화를 만들고, 장편 시나리오를 습작하던 김진영 작가의 데뷔작입니다. 원천 스토리로서의 소설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고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창작 과정에 지원했는데요. 그렇게 완성한 작품입니다.

결혼 생활에 성공 했다고 믿는 주란과 결혼을 후회하는 상은. 출발선은 비슷했으나 각자 다른 위치에 있던 두 여자가 한 이야기에 몰두하는 과정,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나타나며, 믿음은 의혹으로 변하고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죠. 

"이런 의심 속에서 나는 놀랍게도 남편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보다 남편이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란의 가장 큰 불안은 어렵게 오른 정상에서 곧 내려가야만 하는 일만 남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남편은 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줄 유일한 구세주처럼 보였고, 칭찬과 존중에 굶주린 나를 남편은 온전히 채워주었으니까요. 하지만 새로 이사한 마당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주란의 세상은 의심과 공포로 바뀌어 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편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혹은 망상은 평화롭던 상황을 어떻게 좀먹고 파괴하는지 집요하리만큼 세밀히 들여다봅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영화 같은 이미지가 선명히 다가옵니다. 상은의 남편 김윤범이 죽고, 남편의 책상에서 발견된 핑크색 휴대폰으로 독자는 또 한 번의 혼란을 겪습니다.

그 안에 알 수 없는 사진과 문자들이 빼곡했고, 핸드폰의 주인 수민은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주란은 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란 죄책감, 계속되는 의혹의 퍼즐은 남편 박재호가 김윤범을 죽인 범인이라 단정합니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가정의 울타리는 미세한 균열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완벽한 가족, 마당 있는 집에 사는 우아한 사모님.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주란과  무능력한 남편의 죽음 앞에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투쟁해야 하는 상은의 태도는 사실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같은 목적이었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은 겉으로 보이는 완벽한 외형 속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과 허무주의를 '마당이 있는 집'이란 환상으로 형상화합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는 인간의 미개함을 꼬집고, 편안하고 아늑해야 하는 집이 공포가 되는 아이러니도 포함하고 있죠.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방향성과 군더더기 없는 필력에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채로운 캐릭터의 충분한 설명이 어떠한 상황에도 이해하는데 수월했고,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페이스 조절로  몰입감을 높입니다.

소설은 이  두 여자의 상황이 교차되며, 궁금증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 내는 소설입니다. 초반에 생각했던 범인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바뀌는 상황, 독자는 진실을 알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문득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 '서미애'의 《당신이 별이 사라지던 밤》, 영화 <델마와 루이스>도 떠오릅니다.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본인의 예상과 벗어나는 반전의 묘미, 결말부터 들쳐보고 싶은 정도의 페이지터너를 원한다면 소설  《마당이 있는 집》을 추천합니다. 다가오는 여름휴가, 이 소설 하나 챙겨간다면 당신의 휴가가 더욱 쫄깃해 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