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물리학》시인 림태주의 시선이 담긴 감성 에세이

관계의 물리학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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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수학, 물리학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수포자인 저에게 숫자는 그냥 그림문자일 뿐이었고 그런 문제들을 보는 순간 잠의 세계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허나 세상을 좀 더 살아보니 가장 어려운 일은 바로 '사람 사이의 관계'더군요. 열심히 공부해도, 예습, 복습해도 마지막 보루인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한 번 망가진 관계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관계가 물체라면 관계는 고유한 질량을 갖는다. 질량은 관계의 퇴적으로 형성된다. 쌓여온 시간의 무게다. 관계의 무게는 시간의 질량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다. 중력은 마음의 중심부에서 나오는 믿음의 세기다. 중력은 모든 관계를 바로 서게 만든다. 관계의 무게는 서로의 거리가 결정한다. 서로의 중심에서 멀수록 끌어당기는 힘은 약화되고 가까울수록 끌어당기는 힘은 강력해진다. "

림태주 시인의 감성 에세이 《관계의 물리학》​은 우주 삼라만상과 맞닿아 있는 관계의 법칙을 시인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힘'을 '불가항력'이라고 할진대, 벌어지는 상황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삶임을  유머와 고백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고로 시인은 감정관리 실패는 행복의 실패라며, 자신과 당당하게 마주하는 일부터 시작하라 충고합니다. 사회관계, 직장 관계, 가족 관계에서도 감정​조절을 하지 못해 관계를 망치는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

자기 자신과 사귀는 법을 모르고 모든 감정을 끌어안고 있다가 서투른 감정이 준비도 없이 툭 하고 나올 때. 우리는 당황하고 상처받게 되는데요. 자신에게 일어나는 끊임없는 걱정과 고민들, 고통과 상처로부터 도망치지 않아야 본격적인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모자란 나지만 나 자신이 인정하고 정면으로 응시한다면 타인과의 사이도 부드러운 윤활유가 흐르듯 가까워지니까요.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과 파스텔톤 그라데이션으로  눈에 띄는 예쁜 책입니다. 쉽게 읽히는 짧은 글이지만 시인의 통찰력과 감성이 두 번 세 번  곱씹게 하는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 가며 마음과 머릿속에 새겨놓은  명문장..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책입니다.

"하나를 얻기는 어렵고 전부를 잃기는 쉽다. 관계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들지만 허무는 데는 한순간이면 족하다. 그런 때가 있다. 사람을 잃기 좋을 때, 마음 하나면 충분했던 일인데 한없이 옹색해져 관계를 그르치는 때, 자신도 하지 못하는 역지사지를 타인에게 요구하고 있는 때, 아픈 후회의 씨앗을 생각 없이 심고 있을 때.."

 혹시 지금도 관계에 서툴러 멍 때리고, 자다 말고 이불 킥 하진 않나요? 인간관계는 쉽게 얻어지지 않으며, 행여 얻었다고 해서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순식간에 깨질 수 있는 유리잔입니다.

혹 나 말고 주변에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슬쩍 건네보면 어떨까요?  흐트러진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고 위로하는 일, 어쩌면 책이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