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래빗》수수께끼와 묘수의 대가 ‘이사카 고타로‘의 미스터리소설

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저에게 '이사카 고타로'는 영화 <골든 슬럼버>의 원작자로 기억됩니다. 그의 기이하고 방대한 세계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상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데요. 최근에는 제목부터 기상천외한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로 부조리한 사회이 희망이 될 수수께끼 같은 남자를 등장시켰죠.

그밖에 <골든 슬럼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피쉬 스토리>,<오! 파더> 등 일본에서는 그의 소설이 영화화된 작품이 꽤 있습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국내 최신작 《화이트 래빗》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는데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흰토끼를 모티브로 묘(卯)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정말 끝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흥미지지하게 펼쳐집니다.

'우사기타 다카노리'는 성인유괴전문 회사에서 매입담당을 하고 있습니다만 일말의 죄책감은 없습니다. 유괴로 수지타산이 맞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인질의 목숨값은 유행도, 시세도 타지 않는 고부가가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말씀. 아무튼 우사기타는 오늘도 사람을 꽤어 넘기고 오는 길입니다. 그리고 여느때와 같이 사랑스런 아내를 기다리지만, 아내는 밤 늦도록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한 통의 전화를 받죠. '네 아내를 유괴했다.' 무사히 되찾고 싶거든 이쪽 지시에 따라라.'라는 황당한 이야기. 에? 유괴범의 아내가 잡히다니요. 이때부터 우사기타는 제한된 시간 내에 미션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일분 일초가 아까운 시간. 밤 하늘의 오리온 자리 신화를 들려주던 아내 와타코짱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과연 우사키타는 아내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 가족에게는 뭔가 있다. 비밀이 있으며, 그 비빌이 흰토끼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화이트 래빗》은 아내 유괴를 꽤한 범인이 다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든 장치입니다. 사실 조직내 컨설턴트였던 '오리오오리오'가 경리와 회사돈을 횡령했기 때문인데요. 자금을 찾기 위해 묘수를 꺼내 든 것.  오리오오리오를 필사적으로 찾아다닐 사람이 필요했던 겁니다. 다급해진 우사기타는 센다이의 가정집에 침입해 세 사람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오리오오리오'를 대려오라며 대치하게 됩니다. 바로 이사건이 센다이시의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인질 농성 사건, '흰토끼 사건'이라 말하는 것 입니다.

결국 세 갈래로 나뉜 이야기가 하나의 결말를 향해 치닫게 되는데요. 엎치락 뒤치락 결말을 알 수 없는 반전과 놀라운 트릭이 이사카 코타로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만 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흰토끼 사건'은 사실 '맥거핀'입니다. 독자들의 한눈을 팔게 한 후 전혀 다른 일로 결로 맺는 일종의 트릭입니다.

뜬금없이 화자인 이야기꾼이 소설 속으로 난입하는  독특한 화법도 흥미롭습니다. 인질로 잡힌 세 가족에도 말 못할 비밀이 있습니다. 또한 반가운 캐릭터 도둑 '구로사와'도 등장하는데요. 《러시 라이프》의 구로사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을 발견하는 재미도 추가합니다.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한가지 팁을 주자면! 초반에 설명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그리스로마신화 '오리온' 전설을 알면 좋습니다.  세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소설 속에서 한 번 더 설명해주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몰라도 알아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소설이니까요.

기묘하고 어디로 튈지 모를 흰토끼를 찾아 떠나실 준비 되셨나요. 자, 이상한 나라의 레 미제라블이 되어  보는 겁니다. 시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