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특별판)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걷기 좋은 봄날입니다. 약간 쌀쌀한 감이 도는 봄밤의 산책은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고, 내일을 준비하는 달콤한 휴식 같기도 한데요. 계절과 계절 사이 짧게 왔다가는 환절기와 어울리는 소설 한 권 어떤가요?  모리미 도미히코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와 함께라면 이상야릇한 꿈을 꾸고 난 듯 몽롱한 기분, 하룻밤 새 사계절을 경험한 것처럼 환상적인 밤마실이 될 테니까요.


 

'모리미 도미히코'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재패니메이션 차세대 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유아사 마사아키'의 동명 애니메이션으로 절찬상영중입니다.

 

영화를 관람 한 후 소설을 읽었더니, 애니메이션의 다채로운 색감이 생각나 훨씬 빠져들기게 좋더라고요.  원작 소설은 나(선배)와 검은 머리 아가씨의 시점이 교차되며 두 사람의 속마음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빤스총반장,괴팍왕, 윤페로,헌책시장의신(요괴),궤변춤,친구펀치 등 일본스러운  말투가 물씬. 만화적인 상상력과 뻔뻔한 표현력의 극치를 달리며 어디서도 본적 없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선사합니다.



​"뭐, 어쩌다 지나가는 길이었어"라는 대사를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하는 내게,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선배, 또 만났네요!"그게 다였다.

그녀와 만난 뒤로 벌써 반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남몰래 검은 머리 아가씨를 좋아하는 어수룩한 선배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최눈알(최대한 눈 앞에서 알짱거리기) 작전을 폅니다. 우연히 모여 필연이 돼 듯 자주 마주쳐 기회를 잡겠다는 심산.  천진난만 아가씨는 선배가 자꾸만 보이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애타는 선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밤새도록 술자리를 찾아 산책을 다니죠. 


 

주당(酒黨)들과 함께하는 판타스틱 한 산책은 폰토초에서의 봄, 헌책 시장에서의 여름, 대학 축제가 한창인 가을, 감기로 고생하는 겨울까지 반년 동안 이어집니다.  혼자만의 사랑을 키워 온 선배의 마음이 통한 것 일까요? 완연한 사계처럼 검은 머리 아가씨의 마음도 서서히 물들어 갑니다.

 


산보를 통해 아가씨는  밤 문화와 인생의 참 맛을 알아갑니다.  이백 어르신과 술배틀을 통해 인생무상을 배우고,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즉흥 연기도 불사합니다. 그리고 책으로 연결된 책의 바다에서 인연을 엮는 법도 깨우칩니다. 인생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도 아쉬운, 사랑하기만 하기에도 짧은 즐거운 일인 것이죠.

 

"예를 들어 내가 오랫동안 찾던 책과 만나는 일. 혹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던 책이 때마침 눈앞에 나타나는 일. 내용도 보지 않고 사 온 서로 다른 책들 속에 같은 사건이나 인물이 나오는 일. 또는 옛날에 내가 샀던 책이 헌책방을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일."


 

특히 독서 인구가 말도 못하게 탄탄한 일본의 책문화, 아니 헌책 문화를 이해하는 가이드로 손색없습니다. 책 속에는 별별 것들을 책으로 만들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현되어 있으니까요.  우연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복잡하게 얽힌 인과의 끈에 지배된 책과의 인연. 책을 둘러싼 우연에 마주하는 범, 밤새도록 책과 운명을 논의해 볼 수 있는 철학서기도 합니다.

 


2006년 출간 이후 일본 누적 판매 130만 부를 돌파한 스테디셀러이자 '모리미 월드, 망상 판타지 최고의 수작'이라 불리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영화 포스터로 예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특별판을 구매하는 독자들에게 프레스킷과 포스터를 증정하고 있는데요.  프레스킷에는 영화의 비하인드스토리와 제작 과정은 물론 성우 캐스팅 비화, 스틸컷이 수록되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어찌 구매하지 않고 베길 쏘냐!


 

독특한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분, 만화 같은 상상력과 B급 유머가 취향인 독자, 애니메이션에 빠져 원작 소설을 탐닉하고 싶은 관객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좋은 책을 발견하고 소장하는 기쁨,  당신의 인생에서 더할 나위 없는 보석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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