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는 발자크를 "얼간이처럼 무식하고, 골수까지 촌놈인 작자"라고 했다. (마담 보바리를 아직도 다 읽지 못했다. 대신 포지 시먼스의 '마담 보베리'는 다 읽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발자크를 "무겁게 늘어진 사지에 짧은 팔을 한 뚱뚱하고 야무진 몸집의 사내"라고 했다. (*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902년 파리로 건너가 로댕의 비서로 일했다.)



빚쟁이를 피해 항상 '뒷문으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던 정열적인 문호, 하지만 조끼에 황금 단추를 달고서 자가용 마차를 타고 다니지만 몇 달치 빵 값을 갚지 못해 빵집 주인을 피해 다니는 촌스러운 남자, 여동생에게 흉을 보았듯이 음식을 칼로 집어 먹고 냅킨에 코를 풀어대는 이 난봉꾼 프랑스 남자. 과연 이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담 한스카는 발자크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프랑스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천재'를 통해 귀족들의 사교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 역시 우아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사실을.


[도스토예프스키 판타스마고리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이덕형, 산책자]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에서 가난한 젊은 귀족의 고민을 그린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검사가 될 것인가? 돈 많은 미망인을 유혹할 것인가? 발자크의 답은 무엇일까. '한스카', 그녀가 바로 발자크의 물음에 대한 답이다.


<여자 백작 마담 한스카는 러시아령 오데사에 살고 있던 러시아계 폴란드 남작 한스키의 부인이었다. 러시아인이었던 그녀는 자신보다 스물다섯 살이나 많은 남편과 사는 것이 지루했고, 그러다가 유럽 전역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던 발자크에게 '미지의 여인'이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보낸다... 발자크는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도판상, 이덕형, 산책자]


1833년 초의 일이다. 그해 12월에 만난 한스카와 발자크는 결혼을 약속한다.(마담 한스카가 유부녀란 사실을 잊지 마시길) 시간은 흘러 1841년, 마담 한스카의 남편이 죽는다. 절호의 기회다. 발자크의 집요한 구애가 시작된다. <과부가 된 귀족이자 자신을 빚에서 해방시켜 줄 백만장자 상속녀의 남편이 되는 일>을 위해. 한스카는 망설인다.(발자크가 가난해서? 발자크가 못생겨서?)


그러나 발자크는 대문호였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그의 수많은 편지에 한스카는 결국 발자크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1850년 둘은 결혼하지만, 결혼 5개월 만에 발자크는 세상을 떠난다. 그의 나이 51세였다.



프랑스 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는 커피 매니아였다.

그는 잠자는 시간을 줄여 글을 쓰곤 했다. 그는 하루에 커피를 50잔이나 마시기도 했다. 프랑스의 한 통계학자는 발자크기가 그의 54년 생애 동안 마신 커피가 5만 잔에 달할 거라 추산하기도 했다.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한다. 눈이 침침해지고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네 시간이 지나고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면 의자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인다. 아침 여덟 시에 간단한 식사, 점심때까지 쓴다. 커피. 여섯 시까지 쓴다. 도중에 커피로 힘을 내면서...


슈테판 츠바이크, <발자크 평전> 




주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프랑스에 발자크라는 소설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대단히 사치를 부렸다고 하는데, 입으로 사치를 즐긴 게 아니고 소설가이니 만큼 문장으로 사치를 부렸다는 것이다. 


어느 날 발자크는 집필 중인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을 지으려고 이런저런 이름을 붙여보았으나,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침 친구가 찾아왔기에 함께 산책에 나섰다.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나섰지만, 발자크는 처음부터 자신이 고심해온 이름을 찾아낼 생각이었던지라 거리에 나서자 다른 건 신경도 쓰지 않고 가게의 간판만 보면서 걸었다. 그런데 역시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었다. 친구를 끌고 무턱대고 걷기만 했다. 친구 역시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갔다.


그들은 결국 아침부터 밤까지 파리를 탐험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어느 바느질 가게의 간판이 발자크의 눈에 들어왔다. 그 간판에는 마르퀴스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발자크는 손뼉을 쳤다.

"이거야, 이거, 바로 이거야. 마르퀴스, 거참 좋은 이름이군. 마르퀴스 앞에 Z라는 두문자를 붙이면 더할 나위 없는 이름이 되겠는걸. 꼭 Z라야 해. Z.MARCUS, 정말 괜찮은 이름이군. 내가 지은 이름은 잘지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데가 있어서 재미가 없었는데, 드디어 내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을 찾았어."


나쓰메 소세키, <나느 고양이로소이다>, 송태욱 옮김,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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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은 분명 아니다. 이렇게 참고문헌이 많이 달린 만화책이 있던가. 5장 투구게 편 참고문헌이 저렇게나 많다. 깊이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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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4-2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투구게와 삼엽충이 고생물학에서는 매우 중요한 녀석들이라고 하더군요.. 고생물학 연구한다고하면 이 두 녀석은 기본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고..

boooo 2016-04-23 22:3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투구게는 이 만화에서 처음 봤는데, 피가 파란 것부터 놀라운 내용 투성이더군요.
^^
 



기형도 산문집을 읽다. 짧은 여행의 기록. 느낌이 많다. `짜쉭` 스물아홉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목매다는 것이니까. 다른 이들보다 좀 나은 것은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스물아홉 살, 어느 삼류 극장에 앉아 조용히 숨을 거둔, 그 짧은 여행의 마지막 눈빛은 어떠했을까.

김광석, <미처 다 하지 못한>,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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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듣고, 기회가 오면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야나문. 오늘 다녀왔습니다.


환기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갔는데

아주 가깝네요.


그 동네에 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려운 관계로

또 기회가 오면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찾아가서 좋고,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알라디너를 뵌 건 처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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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4-0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나문 정말 매력적이죠~^^

boooo 2016-04-03 17:29   좋아요 0 | URL
네. 집이 가까우면 참 좋겠더군요~

기억의집 2016-04-0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스페셜 사진은 부님의 사랑인가요?!

boooo 2016-04-03 18:09   좋아요 0 | URL
ㅎㅎ 네 그렇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부리부리한 꽃아기 사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매력있네요. 마법아기 같습니다.. 이야, 이렇게 눈동자가 새카만 아이라니...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야나문이 의외로 크군요..
이거 알라딘 본사`는 중고매장 오픈만 선전하지 말고.. 이런 작은 북카페도 시리즈로 좀 선전 좀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boooo 2016-04-03 19:00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입니다 :)

수이 2016-04-0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 찾아와주셨는데 대접할 꺼리가 마땅치 않아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꼭 또 와주세요. 부님 :)

boooo 2016-04-03 19:01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사했습니다. ^^ 다음에 또 들를게요 :)

붉은돼지 2016-04-03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말씀처럼 눈이 부리부리한게 아기가 정말 귀여워요....
부님의 어화둥둥 금지옥엽이군요.ㅎㅎㅎㅎ 눈, 코, 입의 크기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ㅎㅎㅎ

우리동네에도 저런 북카페 하나 있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ㅎㅎ

boooo 2016-04-03 19:02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에도 있으면 좋겠어요 ㅎㅎ
 
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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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 여백에 메모를 하라는데, 정작 이 책엔 여백이 별로 없다. 다른 유유 책들과 달리 책 날개도 없다. 아무튼.
이 책에서 가장 와닿은 내용은 자기 안에 질문이 있을 때 책을 읽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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